내가 쓴 글,
내가 그린 선,
마음의 파편을 그러모아
세상 앞에 조심스레 펼친다.
세상이 나를 본다.
누군가는 감탄하고,
누군가는 모방하며,
누군가는 나를 따라 읊는다.
그 순간
나는 나이기를 멈춘다.
내 안에서 피어난 문장은
타인의 말끝에 걸려 흩어진다.
나는 침묵 속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 언어가 내 심장에서 솟았음을,
이 고백이 내 영혼의 발화였음을.
이름이 지워진 나는
닳아빠진 메아리로 누구의 입에 머문다.
내 것이었던 나.
지금은, 내 것이 아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