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tro Coliseo
1. 로케이션-칠레 산티아고
작년 월드투어 남미공연의 마지막 지역이었던 칠레 산티아고.
그림 같던 풍경 따뜻한 햇살, 맛있는 음식들이 인상 깊었던 도시였기에.
올해의 첫 공연지로 결정되었을 때 참 기뻤다.
올해는 지난 숙소보다 약간 동쪽으로 떨어져 있는
고급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머물렀는데
서울의 롯데타워와 꼭 빼닮은 남미최고 높이의 건물이
호텔 바로 옆에 있어서 아침산책 겸 구경을 했다.
34시간가량의 비행 후 체력안배를 위해 도착한 날
하루를 휴일로 잡아줬는데,
하루종일 호텔에서 자느라고 느지막이 먹은 첫끼니는
호텔옆 햄버거와 멕시칸푸드.
부리또보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식사였다.
10월 31일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에 관련된 귀여운 해골텀블러를 스타벅스에 팔고 있었지만 올해는 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일단 패스..
11월 1일이 대축일이라는 칠레 공휴일인 관계로 대부분의 가게는 휴무.
작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 도착해서 인지 날씨는 꽤나 추운 편이었다.
2. 공연장 - Teatro Coliseo
작년엔 훌륭했던 공연과 관객과는 반대로 공연장 환경이 조금 열악했었다.
오래된 극장을 공연장으로 개조해서 운영하는 세월이 느껴지는 공연장이었는데 환기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은 탓인지, 공연장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온 탓인지
공연 중간중간 흥분한 팬들이 산소가 부족해서 쓰러지는 바람에 몇 번이나 공연이 멈췄었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환기상태가 좋지 않은지 먼지가 많아서 조금 힘이 들었다.
심지어 바로 옆에 강풍기까지 세게 틀어줘서 리허설 내내 오들오들 떨면서 리허설을 진행. 감기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ㅎㅎ
공연장은 1층 대기실은 지하 1층에 위치했다.
3. 공연
-리허설
2시 반부터 밴드 사운드체크, 4시부터는 리허설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장비와 음향등의 문제로 거의 4시가 다돼서야 겨우 밴드 사운드 체크가 시작됐다.
다행히 8시 공연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급한 상태.
첫 공연이라 체크하고 싶은 것도 많고, 자잘한 트러블도 많아서 리허설은 평소보다 훨씬 딜레이 되었다.
모두가 예민한 상태기 때문에, 이런 날일수록
더더욱 본인의 일에 실수가 없도록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공연이 잘 진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파이팅의 시간
오늘은 우리 팀의 정신적 지주 건반 B가 기도를 해주었다.
지구 반대편까지의 긴긴 여정후 첫 공연
실수 없이 잘 진행되길, 1년 만에 만난 칠레 관객들의 마음에 큰 기쁨이 주는 공연을 할 수 있길.
-공연
리허설이 너무 잘된 날은 공연에서 문제가 생기기 쉽고
리허설에 너무 애를 먹은 날은 역대급 공연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징크스는 오늘도 실력을 발휘했다.
리허설과 공연준비를 애를 먹어서 그런지, 공연은 정말 실수하나 없이 즐겁게 진행됐다.
아빠 어깨 위에 올라앉아있는 꼬마아가씨부터,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팬까지. 가족단위의 팬들도 많다.
연주하는 내가 행복해질 정도로 행복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칠레의 팬들. 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웃다 보니 3시간 가까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올해로 3번째의 남미투어.
이곳은 공연을 하는 우리가 관객들에게 오히려 힘을 받고,공연과 음악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순수한 무대 본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땅인 것 같다.
서른몇 시간의 비행, 고단한 준비과정과 육체의 피곤함이 눈 씻듯 사라지고 또 순수한 감사만이 남는다.
마지막은 칠레국기를 들고 다 함께 사진촬영 후 마무리.
이렇게 11회에 걸친 남미공연 첫 막이 올랐다.
Muchas grac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