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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l 03. 2024

'몰입'에 대하여

몰입과 장수하는 것의 관계

 주말에 이런저런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철학자들이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프로이트도 융도 그 시대에서는 장수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김형석 교수님도 건강하게 장수하고 계신다. 주역을 최고의 학문으로 꼽았던 공자도 그 시대에 비하면 오래 살았다. 철학자들은 확실히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같다. 그러면 그 비결이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한다. 생각 없이 사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 오래 깊이 생각하는 습관 때문이다.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에 대한 강의를 예전에도 듣고 책으로도 읽어보았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엔트로피 이야기를 하셨다. 엔트로피는 소모되는 정도, 낡아지는 정도를 가리키는데,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엔트로피가 올라가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물건도 낡아지고, 사람도 늙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엔트로피가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이 엔트로피가 거꾸로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는 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몰입하는 때라고 하셨다. 내가 바르게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지점에서 뭔가 깨달음이 있었다. 


 엔트로피는 곧 노화이고, 사람은 노화로 인해 늙어 죽게 되는데, 엔트로피를 줄이는 몰입의 경험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노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남보다 느릴 테고, 그러면 곧 장수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철학자들이 깊이 생각하는 습관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던 거다.


 황농문 교수님은 몰입과 함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병행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더 건강해진다.


 또 철학이 뭔가. 세상이 어떤 곳인지, 나는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행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다. 그렇게 사람을, 사물을 깊이 생각하다 보면 결국 보이는 것 이면에 숨어 있는 본질에 다다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세상의 사사로운 욕심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러면 일희일비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덜 하지 않을까 라는 말이다. 


 고대시대부터 쾌락주의자들은 존재했고, 그 반대편에는 영지주의자랄까 금욕주의자들이 있었다. 서로 대척점에 서서 가자의 주장을 펼치며 그 주장대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면 그 인생의 끝에서 가장 만족한 사람은 어느 쪽이었을까. 쾌락을 따라 한 번 사는 인생 즐기며 살았던 쾌락주의자들일까. 한평생 쾌락을 죄악시하며 금욕하며 살았던 사람들일까. 그 인생의 끝에서는 누가 승리의 웃음을 지었을까. 


 요즘은 도파민이란 말이 대세다. 점점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도파민 중독의 상태에 빠뜨린다. 도파민 중독은 점점 더 강렬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시대에 맞게 장사꾼들은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가.


 도파민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생각 없이 그렇게 살다가 아프고 일찍 죽는 것은 아닐까. 


 고단한 하루 끝에 유튜브 숏츠를 보는 건 달콤한 휴식이다. 그런데 매일의 그런 삶이 나를 깎아먹고 있다면 어떨까. 현실의 고민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나의 정신이, 그리고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보상을 바라는 나의 육신이 나를 또 쾌락의 장소에 앉혀 놓는다. 


 저급한 도파민에 만족하고 싶지는 않은데, 고급스러운 도파민으로 나를 채우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안 되니 문제다. 이 흐름을 끊기 위해서는 환경의 조정이 필요할 듯하다. 핸드폰을 없애면 가장 좋겠지만, 일을 해야 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 핸드폰 사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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