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향기 Jul 04. 2024

학생들에 대한 걱정

나에게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마음이 계속 울적하고 무거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해야 할 업무가 많아서? 아이들 걱정 때문에? 남편 직장 때문에? 


 생각해 보면 다 별 일이 아닌데, 아마도 축 처져 있는 내 몸의 상태 때문인 듯하다. 체기가 완전히 내려가지 않아서 며칠째 뭄도 마음도 무겁다. 내가 하는 운동이라곤 학교 운동장 도는 것, 집에 갈 때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뿐이다. 요즘엔 일부러 스탠딩 책상을 뒤에 두고 서서 작업하게끔 환경을 설정해 두었다. 


 어제도 점심을 거르는 모습을 보더니 옆 자리 선생님이 물으신다. 요새 기도를 안 해서 하나님이 야단치는 것 아니냐고. 헉.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 그런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무 미신적인가? 


 아무튼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서 앉은 채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도 했다. 아침에 일을 좀 해 놓으면 일찍 퇴근할 수 있을까 싶어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그리고 아파서 못 먹었던 믹스커피를 한 잔 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결코 몸에 좋진 않겠지만, 내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조금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굳이 챙겨 먹고 있다. 보약도 아닌데. 정말 보약을 챙겨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어제는 잘한다는 한의원도 소개받았다. 돈을 좀 모아서 녹용이라도 한 재 지어먹을까 싶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아프니까 너무 힘들다. 몸도 마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치고. 걱정을 끼치고.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참 많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사실 내가 아픈 건 별 것도 아니지 않나.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까. 


 인생에는 기쁨도 있고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고 불행도 있어서 삶이 다채롭겠지만, 막상 고통 가운데서 인생 전체를 바라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다면 좀 나을 텐데. 희망조차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어제는 시험 결과에 절망하는 학생들을 만나고 나도 마음이 울적했었다. 이 성적으로 아이들의 직업이 결정되고 소득 수준이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저마다의 성적대로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지. 오만 걱정이 나를 덮쳐왔다. 그래서 울적했다. 


 좋은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부모님으로부터 똑똑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들은 불평불만을 해도 좋은 성적을 받아간다. 하지만, 수업에도 흥미가 없고, 아예 공부를 내려놓은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지난주 홍콩과기대 교수님인 김현철 교수님의 특강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분의 말씀은 현재의 성공한 정도는 8할이 운(유전, 환경 등)이며, 그렇기 때문에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학습 지원을 충분히 해 주어서 숨은 인재를 발견하고, 그들에게도 성공할 가능성을 더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놀랐던 것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환경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화가 났다.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는 듯한 그분의 말씀에 화가 났다. 그게 진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믿고 싶지가 않았다.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는 세상이 되면 좋겠는데, 문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조차 부모에게 물려받은 인자와 환경 속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체기가 내려가지 않았던 걸까. 아직까지도 화가 나는 걸 보면. 속상하다. 우리 아이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다는 답을 들은 것 같아서 속이 상한다. 


 계속해서 원망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나는 이 속에서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국어교사니까 독해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공부를 하고 싶게끔 동기유발도 하고 싶지만, 그동안의 나의 행보를 보았을 때 누구를 설득하고 동기유발하는 데는 아무 재능이 없다. 그나마 나에게 있는 재능은 무엇이든 쉽게 설명하는 것.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이 내 수업의 목표다. 재미는 잘 모르겠다. 쉽게 설명하려고는 언제나 애쓴다. 모든 교사가 그렇겠지만. 


 내가 고민하고 몰입해야 할 것은 이것인 듯하다. 학생들의 독해력 향상. 국어실력 향상. 그것밖에 내가 해 줄 것이 없다. 물론 이마저도 학원 수업에 비하면 영향력이 미미하겠지만. 나는 아직 공교육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한번 해 보자. 몰입을 해 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를 읽고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