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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l 08. 2024

걱정보단 기대를 갖자

우울함 극복기

  출근하자마자 만난 사람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제 막 출근했는데,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왜 저 사람은 나에게 그럴까. 왜 나를 싫어할까. 그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금세 기운이 빠지고 울적해진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대개 나의 단점일 테니까.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며 이 이야기를 털어놓을 누군가를 찾아보아도, 사실 직장에서 그리 편안한 상대는 없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대거 학교를 떠났고(사실 그들은 내 마음만큼 내 편이진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나는 또다시 혼자다. 


 대체로 내 인생은 혼자인 때가 많았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지만, 오늘 아침은 좀 어려웠다. 누군가를 찾아가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털어놓아도 안전한 사람에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람이 없다. 난 인생을 잘못 산 것일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함께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들어도 직장 동료는 공적인 관계의 사람이다. 사적인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 때문에 아픈 것도, 힘든 것도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늘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최선의 직장 생활이지 않나. 


 그런데 이 울적한 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은 신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부터다.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린 신임 선생님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힘든 점들이 보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뭐지? 이 뿌듯함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왔는데, 이야기를 나누기 전과 기분이 확 바뀌어 있었다. 아, 나도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나의 단점만 헤아려볼 때는 보이지 않던 나의 쓸모 있음이 이제야 보인다. 그래, 나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사람이지.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잘하는 게 몇 가지는 있다고.


 주말, 유튜브에서 조벽 교수님의 영상을 보고 또 잊고 있던 사실을 인식했었다. 안 될 것만 생각하면 안 되고, 잘 될 것을 생각하면 잘 된다는 것을. 단점만 쳐다보고, 단점을 보완할 생각만 하고 있는 것보다 장점을 찾고 장점을 더 강화시킬 생각을 해야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내가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며 염려했던 것들이 아예 쓸모없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는 장점이 있고, 내 역할은 그들의 장점을 찾아서 칭찬해 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계속해서 인식하게 해 주고,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 주는 것이다. 


 걱정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잔소리보다는 칭찬을 하자. 보완할 점이 보이면 고쳐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몰입하지는 말자. 감정을 파고들면 나도 몰랐던 나의 이성이 행했던 판단과 논리가 나온다. 그게 잘못되었다면 고치면 될 일이다. 부정적인 흐름을 긍정적인 흐름으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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