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힘들 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마음이 괴롭다. 왜 괴로울까?
초등학교 때, 아니다 나는 국민학교를 나왔다. 아무튼 지금은 초등학교니까 초등학교 때 옆자리 짝꿍을 선택하게 하는 날이 있었다. 내 옆자리를 선택해서 앉은 남자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 후회할 텐데..."
나는 자신감이 없었다. 내 옆에서 나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면 분명 나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안했다. 나를 찾아와 준 아이에게.
혼자 있기 일쑤고 어쩌다 친구가 되어도 오래 이어지지 못하고, 때로는 그 관계 속에서 따돌림도 당했던 기억이 그런 나의 생각을 더 강화시켰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분명히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모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지만, 두려움도 함께 찾아온다. 거부당하고 배신당할 것 같은 두려움. 나의 실체를 알면 그렇게 될 것만 같다. 다행히 직장에서는 깊은 정서를 나누는 관계가 필요하지 않으니, 적당히 포장을 잘하고 살면 괜찮다. 나의 실체를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가끔 친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긴 하지만, 언제든지 멀어져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래서 직장에 있는 것이 편하다. 물론 포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그래도 안전함을 느낀다.
두 번째는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건 사실이 아니라는 반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그런 칭찬을 들을 만한 사람인가 싶은 거다. 자신이 없다. 칭찬을 들으면 순간 기분은 좋지만, 그렇진 않은데..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고, 그 칭찬이 감당이 안 되어서 안절부절못하지 못한다. 힘이 든다.
그래서 칭찬을 받았을 때, 세련되게 반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칭찬을 받았는데 울상 짓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내 속마음은 숨기고 감사하다는 반응, 또는 상대방에게도 칭찬하는 것 등, 적절한 반응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잘 모를 것이다. 물론 나 같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의 애로사항도 있겠지만.
오늘도 칭찬을 들어서 마음이 무겁다. 별 것도 아닌데, 마음을 쓰고, 이러고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좀 한심하게 보인다. 그래도 어쩌나. 이게 난데. 그래, 00아. 힘들었지. 힘들어도 괜찮아. 힘들다가 괜찮다가 또 힘들다가 괜찮다가. 다 그러고 사는 것 아니겠니. 잘 살고 있어. 열심히 하고 있잖아. 그럼 됐지.
무겁고 어두운 마음을 가만히 바라봐주고 어느새 먼지처럼 되었을 때 훅 날려 떠나보내주자. 그리고 신선한 공기로 가슴을 가득 채워보자. 가슴 가득히 숨을 불어넣고 기지개를 켜면 기분이 한결 가볍다. 그리고 내 얼굴을 보면, 히히 웃음이 난다. 좀 바보 같아도 뭐 어때. 다행인 건 남들은 나에게 오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은 또 즐거운 금요일이니까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