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수없이 많은 인간을 만난다. 누구는 그저 지나치기도, 누구는 친구로 지내기도 하고, 누구는 품기도 한다. 친구도, 품어 봤던 인간도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중 나와 가장 안 맞는 인간의 부류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울의 심해에 빠져 있지만, 누구보다 높이 날고 있는 ‘척’한다.
나라는 인간은 눈치가 빨라, 그러한 면모를 쉽게 캐치한다. 친구나 옛 연인들의 그러한 면모가 불쌍하고, 애슬프기도 하지만 그러한 면모를 감지하는 시점부터 그들과 멀어지려고 노력한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그러한 면모를 모두 품어 오로지 나만이 감당하고, 책임지고 싶다. 그러나, 그럴 그릇이 되지 못 한다. 난 마치 스펀지같은 인간이라, 뭐든지 쉽고 빠르게 흡수해버린다. 심지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울까지도. 그래서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깊은 심해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그러나 나라는 인간은 “무엇이든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라는 몰상식한 사상을 가지고 있어 그 심해가 얼마나 깊은지 궁금했었다. 그렇게 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해에 빠져 보았다. 심해를 보듬고, 품어보려고 노력했지만 아가미도 물갈퀴도 없는 난 그저 허우적대며 가라앉기 바빴다.
그 결과 심해의 심연에 가라앉게 되었다. 산소도 빛도 없는 심연에서 많은 밤을 보냈다. 그러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워 결국 품기를 포기하고 열심히 헤엄쳐 겨우 물 밖에 나왔다.
지금은 다행히도 해안가에서 멀리 나와 풍족한 산소도, 살랑이는 바람도 감사하고도 기쁘게 느끼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노력중이다. 심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갑자기 그런 말이 떠오른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끄러운 테이블일 수록, 외로운 사람이 많다는 거야.”
-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회독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