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2
editor. 성산
도저히 하나에 잘 꽂히지 않는 성격이 있는 반면, 모든 것에 금사빠 기질을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릴 때까지 그 음식만 먹고, 그것만 보고, 사 모으고.
저는 취향이 엄격한 편이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쉽게 빠지고 열정을 들이붓는 것 같아요. 한때 힙합 장르의 음악만 듣다가 한 영화를 보고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로 싹 바꾸고, 요즘은 또 j-pop만 엄청 들어요. 만화를 볼 때도 한 장르만 3개월씩 돌려보고 후유증에 잠 못 이루고, 굿즈로 나의 덕심을 인증하는 행동을 하고. 하지만 저는 열정을 불태우는 주기가 그렇게 길진 않은 것 같습니다. OO뽕 빠졌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더라고요.
하나에 깊게 빠지면 더 많은 것을 해보고 덕질 메이트도 생기고 그럴 텐데, 오래 가지가 않아서 이게 한 때는 고민이었어요. 아이돌을 너무 좋아해서 앨범도 사고 팬싸도 가고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보면 오히려 부러운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걸 지금은 너무 좋아하고 있어도 막상 어떤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 감정이 사라져 버리기도 해서요. 그럴 땐 '아 나 이거 좋아해. 해야지 이건.' 이러면서 의무감에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나에 빠져있는 그 순간이 너무 재밌으니까 계속하는 것 같아요. '아 진짜 뭐 먹지, 뭐 봐야하지….'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자동으로 그것을 찾고 있는 순간이 좋아요! 저 약간 도파민 중독자 같은가요?
'나를 빠지게 만들었던 알로에가 실은 청포도였던 사연'
ㅋ
저를 한때 빠지게 했던 것은 '음료'인데요. 사실 저는 아메리카노 말고는 돈을 주고 잘 사 먹지 않아요. 단 것을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고 뭐 사 마실 바엔 물을 더 마시는 편이라서요. 하지만 한때, 갑자기 벼락 맞은 것처럼 꽂혀서 미친 듯이 사 마신 음료가 있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175ml 미닛메이드 알로에 캔!
고등학교 때 1층에 자판기가 있었는데요, 학생들이 간식 사 먹으려고 쉬는 시간마다 그 앞에서 줄을 서던 것이 생각이 나네요. 사람이 너무 몰려서 기계가 고장나면 자판기 아저씨 올 때까지 아무도 못먹고..다 추억이네요. 알로에 캔이 자판기에선 500원이어서 돈 없을 때 간단하게 사 마시던 게, 계속 먹게 되고. 어느새 물은 밍밍해져서 마시기 싫고 쉬는 시간마다 계속 앉아있기 힘드니까 자판기 가고, 하루에 최대 6캔까지 먹게 되더군요. 많은 건더기 음료 중에 코코팜, 봉봉도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알로에가 제일 맛있어요. 적당히 깔끔하고 알갱이가 크지 않아 먹는 것이 불편하지도 않고요!
무언가에 빠졌어도 '너 또 이거 해?'라는 소리를 잘 듣진 않는데, '너 또 알로에 마셔???'라는 소리를 엄청 들었어요. 너무 많이 마셔서 책상 위에 바리케이드처럼 알로에 캔 쌓아두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액체인데 살이 찌면 뭐 얼마나 찌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질릴 때까지 마셨고, 결국 그해 제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고 나서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지금도 달달한 음료가 갑자기 당긴다 싶을 때 알로에를 사 먹곤 해요. 알로에가 알로에 맛이 아니라 청포도 맛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세상이 무너졌어.' 정도의 엄청난 기만을 느꼈었죠. 왜 청포도 알사탕을 먹고 이게 알로에 캔 맛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걸까요? 사실 저를 빠지게 했던 것은 알로에가 아닌 청포도 맛이었던 걸까요?
editor. 우주
저는 주기적으로 꽂히는 것이 생깁니다. 그리고 하나에 꽂히면 질려서 다시는 안 볼 때까지, 끝에 끝까지 가는 성격입니다. 꽂힌 것을 끊어내는 방법에 대한 저의 지론은 “질릴 때까지 하면 자연스레 끊어진다”이기 때문이죠. 앞서 말했듯이 주기적으로 꽂히는 것이 생겼던지라 꽂혔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저는 주로 음식에 많이 꽂혔었습니다. 쌀국수, 스타벅스의 화이트초콜릿모카, 서브웨이 등등 그중에서도 슬픈 엔딩을 맞이하게 된 “버블티”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고등학생 때 저희 학교 앞에 공차가 있었습니다. 검은색의 동그란 것(타피오카 펄)이 끌리지 않아서 한창 유행할 때도 안가다가 갑자기 홀린 듯이 가게 되었고, “초코 쿠앤크 스무디에 펄 추가“에 꽂혀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하루에 2개씩은 먹었던 것 같습니다. 지갑이 점점 얇아지던 찰나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타피오카 펄이 추가된 초코쿠앤크스무디를 먹고 크게 체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타피오카 펄을 먹지 못합니다.
가끔 이 얘기를 들려주면 버블티를 먹고 체할 수가 있냐며 웃는 친구들이 있었는데요, 저도 버블티 때문에 체할 줄은 전혀 몰랐답니다. 아무튼 저는 끝에 끝까지 버블티를 먹다가 결국 잘(?) 끊어냈습니다.
editor. 낙원
혹시 중,고등학생 때 필기구에 꽃힌 경험 있으신가요?
저는 파워블로거였던 친구를 따라 중학생 때 펜덕후에 입문했는데요, 요즘엔 잘 안보이는 하이테크가 전성기였을 때 가격이 4,000원이라 고심하고 고심해서 펜을 샀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떨어트려서 들어간 펜촉 뽑으려고 앞뒤 다 터트려본 경험도 있어요…
정말 좋아해서 그 나이에 받은 용돈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신촌에 있는 <펜피아>를 들려 용돈을 털었습니다.. 그렇게 하이테크, 사라사, 시그노, 시그노 스타일핏, 제브라 클립온, 제트스트림 등등 많은 펜들을 거쳐 제 대학생활까지 함께하게 된 펜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하 성인이 된 저는 uni의 노예가 되어있었습니다.
편하게 필기하기 위한 제트스트림 멀티펜과 시그노의 잉크느낌과 사각사각한 필기감을 포기하지 못해 노크형식의 싱글펜 두 자루 중학생 때 펜텔, 제브라, 스테들러를 거쳐 정착한 쿠루토가와 10년을 함께 해오는 중입니다. 쿠루토가의 사각하면서 부드러운 필기감과 샤프심이 돌아가 (미세하게) 샤프 사용시 각도를 바꿔줘야 하는 거슬림이 덜하답니다! 그리고 유일한 제브라 사 이면서 형광(?)펜인 마일드 라이너입니다. 이 친구도 사실 옛날부터 써왔어서 다른 형광펜이 나와도 편한걸 쓰게 되더라구요.. 형광펜 좋은거 추천해주시면 갈아타보도록 하겠습니다..! 리뷰에서부터 오타쿠(?) 느낌이 나는걸 보니 아직 저는 펜에 꽃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분야를 잘 알게 되는 길이 될 수 있으니 하나에 꽃혀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