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를 열정적이고, 성실하며, 꾸준한 사람으로 본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내 이미지다.
“나는 욕심 없어. 그냥 해야 할 일이니까 하는 것뿐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열정, 성실, 꾸준함이라는 단어들은 내 안에 있는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내 능동적이면서도 수동적인 모든 행동을 설명해 주는 수식어일 뿐이다.
“송 차장, 당신은 일할 때 힘이 없어 보여요. 영업은 열정이 있어야 자기 자신도 즐거워지고, 고객들도 열정 있는 사람에게 신뢰를 느끼는 법이거든요. 오늘 하루 주어진 일만 시간 때우듯 하면 발전은 없어요.”
나는 젊은 직원들에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송 차장은 낮은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한다.
“저는 열정적으로 일해요. 전무님이 저를 몰라서 그렇죠.”
그의 목소리에는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내가 젊은 세대의 열정을 과소평가하는 걸까? 아니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 욕심만 앞세우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걸까?
내 열정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타고난 성향 덕분일 것이다.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항상 최선을 다해왔고, 그 결과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한 열정과 욕심은 종종 나를 좌절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한때는 공황장애로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래도 나는 그 상황을 오히려 영업의 도구로 활용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집중이 잘 되지 않고 어지러워서 늘 카페나 식당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야 했다. 벽에 기대어 이야기를 나누던 내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안쓰럽게 여겼고, 또 누군가는 웃음 섞인 상황극으로 받아들였다.
“부장님, 제가 머리가 커서 목이 머리를 못 바치네요. 오늘은 벽에 기대고 얘기 나누시죠.”
그 말에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배고프면 빵을 요구한다. 배가 좀 부르면 “사람이 빵만 먹고 살 수 있니?”
욕망을 느낀다. 욕망은 우리가 성취한 것 같지만 늘 부족하거나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감정이다.
특히 '돈' 앞에서 우리는 끝없이 욕망을 키운다. 나 역시 주식을 하며 수없이 많은 돈을 잃어봤다. 남들은 주식으로 돈을 번다지만, 내가 투자한 종목은 늘 꼭짓점에서 시작해 추락하기 일쑤였다.
몇 달 전, 나는 제대로 된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경제 유튜브를 들으며 노트를 채워갔다. 그렇게 하루하루 소소하게 수익을 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작전주 소식을 들었다.
“이제는 그런 주식 안 해요. 욕심 버리고 소소하게 재미로 할 겁니다.”
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퇴근 후에도 그 주식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이번 한 번만, 정말 마지막으로. 이걸로 돈 벌면 남편이랑 아들 보러 미국에 가자.’
나를 설득했다. 결국 나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통장의 돈을 긁어모아 높은 가격으로 장외 주식을 매수했다.
그날 밤, 꿀잠을 잤다. 꿈속에서 돈 보따리가 쏟아지는 환상까지 꾸며 얼마나 기대했던가.
하지만 다음 날, 주식은 하한가를 찍었다. 그다음 날도 또 하한가였다. 나는 결국 주식의 절반을 손해 보고 팔았다. 그런데 이틀 후, 그 주식이 상한가를 치는 게 아닌가.
‘세상에 이런 개 같은 일이 있을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날 직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상황을 이야기했다.
“전무님, 정말 속 좋으십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술이 넘어가나요? 멘탈이 강하신 건지, 돈이 많으신 건지.”
내 속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날의 술맛은 참 달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욕심은 때로 우리를 넘어지게 한다. 그러나 그 욕심과 실패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나를 더 단단히 만든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을 찾는다.
“늘 배우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라.”
내가 반복해서 다짐하는 말이다.
새벽녘,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차가 꼭 필요해요. 과 전과했잖아요. 교과 수업 들으려면 차로 10분은 가야 하는데, 목돈이 필요한데, 엄마 돈 있어요?”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 이놈아! 얼어 죽을 돈이 어딨어. 엄마 매일 10킬로미터씩 뛰잖아. 너도 뛰어, 젊으니까 20킬로미터도 뛸 수 있어.”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난 뒤, 잃어버린 주식 돈이 떠올라 마음이 헛헛했다.
욕심이 돈을 날려버렸다. 마음 다스림이 무너져버렸다. 다시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