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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당 써니 Dec 12. 2024

나만의 송년회

 송년회는 매년 사람들과 함께하며 북적이게 보내는 것이 익숙했지만, 올해는 조금 달리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나만의 송년회를 준비해 보고자 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주는 것이 즐거웠던 나는 영업이라는 직업을 통해 수천 명의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받았다. 30년 동안 영업인으로 지내오면서, 이해관계로 얽힌 많은 인연이 스쳐 갔다. 경쟁사로 떠난 이들, 고객으로 만나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관계들 그들은 새로운 사람들로 대체되었고, 나는 여전히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도깨비처럼 이 자리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롭게 나타나는 관계 속에서도 오래 곁에 남아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와 별개로, 업무와 무관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어 대학 CEO 모임에 참여했다. 고위 공무원, 장군, 검사, 변호사, 사업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나는 또 다른 배움의 장에 서 있었다. 술자리의 분위기 메이커로, 사람들을 아우르고 이끌며 누구보다 인기를 끌던 나는 이 모임에서도 활약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본질은 같았다. 명성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도 술이 들어가면 꼰대가 되고, 목소리 크고 돈 잘 쓰는 사람들이 중심을 차지했다. 나는 그들의 허물과 고집을 이해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관계의 피로감을 느꼈다. 많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힘겹게 다가왔다. 자연스레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었고, 긴 저녁 자리 대신 간단한 점심 식사로 대체했다. 때론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술자리에서도 최소한으로 마시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던 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방 안에서 조용히 나를 찾는 공부를 하며, 나는 전에 없던 평화를 느꼈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의 변화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었다.     


거리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불빛과 울려 퍼지는 캐럴 속에서, 나의 마음속 묻혀 있던 '사람 좋아하는 세포'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인생 공부는 혼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야.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워야 하는 거지."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매일 저녁 약속을 잡고,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들었다.

"드디어 써니가 돌아왔네! 네가 있어야 분위기가 산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나는 그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20일째 이어진 연속된 만남 속에서 피로는 쌓여갔다. 입술은 트고, 아침이면 머리가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마다 영어 공부와 독서를 이어가는 나 자신이 놀라웠다. 이게 과연 대단한 일인지, 아니면 미친 짓인지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꾸준히 함에 뿌듯하기도 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렇게 다시 돌아간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진정 내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행복하라고들 하지만, 과연 나는 그 기준을 제대로 찾았던 것일까?     


올해가 끝나기 전,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사람들 속에서 웃고 떠드는 시간이 주었던 행복도 소중했지만, 침묵 속에서 나를 만나는 시간도 나만의 행복이다. 이제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간을 잠시 줄이고, 조용히 생각하고 나를 찾는 송년회를 준비하려 한다.     

남은 연말, 진정 내가 원하고 해야 할 것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고민하며 나만의 조용한 송년회를 보내리라. 

지금까지의 여정을 감사히 돌아보며, 제2의 인생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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