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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진 Oct 30. 2023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생존은 자기 몫이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수시로 변했다. 여느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야구나 축구를 보며 운동선수를 꿈꾸기도 했다가 로봇 만화영화를 보며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다. 당장에 로봇을 만들어 우주 괴물과 싸우는 주인공이 된다고 하면 신났겠지만 진짜 물리학이나 기계공학 서적을 보여주며 공부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것이다.


    어느 분야에 관심이 생겨 막 배우기 시작할 때는 그럭저럭 할 만하다가도 난이도가 오르면 보통 흥미가 떨어지고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데 힘든 연습을 거쳐 할 수 없던 것들을 하나씩 해낼 때의 쾌감을 맛본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시점은 그런 성취감을 조금씩 느끼며 다른 사람들보다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일 것이다. 환경이 뒷받침돼 그 재능을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주위의 만류와 방해를 무릅쓰고 힘든 과정을 견딜 만한 목표 의식과 동기부여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고 좋은 멘토를 만나지 못해 때를 놓치기도 한다. 하지만 내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를 평생 환경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꿈을 이룬 사람 가운데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에게 충분한 의지와 끈기가 있었는지를 솔직하게 마주한다면 적당한 핑계는 댈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뒤늦게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냥 취미’로 하길 권하는 주위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들이 내 재능을 무시하거나 내 꿈을 가로막으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무리 허상이라고 해도 암묵적으로 정해진 사회적 나이를 놓치면 프로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문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좁아지는지, 그와 반대로 취미로 음악을 하면 그런 부담 없이 얼마나 즐겁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가슴 뛰게 하는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선수가 자기 자녀에게 운동을 권하지 않듯이 나도 도전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들었던 ‘잔소리’를 똑같이 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열망이 여전히 남아있고 남들보다 늦은 출발에 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한 각오가 되어 있다면, 도전해보라! 한참 부푼 꿈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불쑥 ‘생존’이라는 단어를 쓰니 불편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지만 바로 이것이 우리가 머뭇거리는 이유가 아닌가?


    나는 인생에서 틀린 선택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인생은 우리가 노력한 결실로 채워질 것이다. 앞에 놓인 여러 갈래의 길 가운데 어느 하나로 들어서든 우리의 분야와 결실의 종류가 달라질 뿐 우리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니 나만의 인생길을 다채롭게 만드는 일은 온전히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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