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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Apr 19. 2024

순례길 알베르게 다인실에 웬 강아지가?

수비리부터 팜플로나까지

셀프 조식

순례길 3일차 조식은 전날 마트에서 산 재료로 샌드위치를 해 먹었다. 내용물을 푸짐하게 해도 루카를 위한 햄&치즈가 부족하지 않다. 'Pechuga de pavo'는 지방이 적은 칠면조 가슴살이다. 루카랑 나눠먹기 좋게 치즈는 라이트 아니면 저염으로 사려고 한다.

현지식 완벽 적응

루카는 간식을 줘도 편식을 하거나 사료를 거부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한국에서 챙겨 온 사료 400g을 다 먹고 마트에서 울티마 치킨맛 1.5kg를 €8.45에 구입했다. 사료는 체인점인 Dia, Eroski, Lupa 또는 Carrefour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대용량으로 사면 더 저렴하지만 이보다 무거운 배낭(10kg)은 어깨가 거부한다.

평균 속도 4.3km/h

예약한 숙소에서 예상하는 도착 시간을 알려달라고 해서 이동 속도를 체크해 본다. 평균 4.3km/h로 나오는데 여유 있게 4km/h로 잡아서 시간을 계산한다. 20km 떨어진 팜플로나까지 쉬지 않고 걸으면 5시간, 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6시간이 걸리겠다.

나의 순례길 동반자
말없이 걸어도 좋은 동반자네요!

순례길에서 루카를 보면 우선 이름을 물어보고 잘 걷는다며 칭찬을 해준다. 한국에서 어떻게 왔는지,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서 같이 자는지, 어디까지 같이 걷는지 등 질문 세례를 받는다. 루카가 스페인어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bonito'랑 'precioso'다. 그러고 보니 사리아(Sarria)부터 걸을 때는 순례견이 꽤 보였는데 생장 순례자 사무소에서 만난 허스키 말고는 아직 보지 못했다.  

1일 1주스

스페인에서 조식 세트를 시키면 보통 €3에 커피, 오렌지주스, 그리고 빵(크루아상이나 토스트)이 나온다. 팜플로나에 도착할 때쯤 노점을 지나치지 못하고 €2에 주스 한 잔을 주문했다. 노점 외에도 동네 식당이나 카페에서 특정 금액 이하면 현금만 받는 분위기라 혼자 다니는 분들은 현금 확보 필수.

우중충한 봄

스페인의 가을, 포르투갈의 겨울, 그리고 이번에는 또 다른 계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날씨가 흐려도 여기저기 봄의 기운이 완연하다. 순례길은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인 구간이 꽤 있어서 반려견과 걷는다면 여름은 불가능하다 보면 되고 봄이나 가을에도 해뜨기 전에 출발하는 게 좋겠다. 루카는 20도가 넘어가면 더워하는데 거리보다 날씨로 인한 피로감의 영향을 받는다. 털옷 입은 파트너 때문에 체크아웃 시간이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흔한 도그파킹

한국에서 커피 테이크아웃할 때 밖에 묶어두곤 했는데 유럽 도그파킹을 위한 밑바탕이 되었다. 마트 바로 앞에 도그파킹 공간이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주변 나무나 기둥에 리드줄을 감으면 된다. 흔한 풍경에다 각자의 일상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으니 모르는 사람이 와서 귀찮게 할 일은 거의 없을 거다. 루카는 장을 다 보고 돌아올 때까지 주변을 구경하며 늠름하게 앉아있었다.

성벽과 맞닿은 반려견 운동장

나바라 왕국의 요새도시였던 팜플로나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프랑스문을 지나 오른편에는 성벽과 맞닿은 웅장한 반려견 운동장이 보인다. 실제로 팜플로나 도착 후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운동장이 아니더라도 오프리쉬를 하고 다녀서 그런지 운동장은 늘 텅텅 비어서 루카 혼자 전세 낸 듯 이용했다.

팜플로나 알베르게

사립 알베르게 중에 펫프렌들리 개인실은 있어도 다인실도 가능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팜플로나 알베르게도 처음에는 당연히 개인실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하필 우리가 도착하는 날 다인실만 남았었다. 이메일로 문의를 하니 다인실도 괜찮다고 해서 예약을 진행했다. 개를 싫어하는 순례자가 있으면 어쩌지? 루카가 침대에 가만히 있으려나? 지금까지 개인실만 이용해 와서 걱정이 앞섰다.  

Albergue de Pamplona-Iruñako Aterpea 
주소 : C/ del Carmen, 18, 31001 Pamplona, Navarra
이메일 : alberguedepamplona@gmail.com
홈페이지 : alberguedepamplona.com
비용(24년4월) : 다인실 1인 €19, 반려견 추가 €8 
견생 첫 다인실

침대는 선착순으로 알고 있는데 강아지가 있어서 그런지 복도 제일 끝 1번 베드로 배정해 주셨다. 커튼을 치면 나름 프라이빗하고 루카는 숙소에 도착하면 기절하듯 잠만 자서 괜한 걱정이었다. 침대 밑 락커에 귀중품을 보관하고 샤워실이나 마트도 마음 편히 다녀왔다.

공용 시설

만약 직접 해 먹을 생각이라면 알베르게 주방용품을 확인 후 장을 볼 것을 추천한다. 식사 시간에는 주방이 붐빌 수 있어서 조금 일찍 요리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 나는 전자레인지 말고는 사용한 적이 없는데 잘 갖춰진 주방을 기준으로 알베르게를 선택하는 순례자도 있다.

빨래를 구경하는 뒤태

배낭을 메고 다니는 순례자라면 옷이 많지 않을 텐데 세탁기 사용료가 비싸게 느껴진다. 빨랫감을 모아 €1씩 내기도 하고 건조기는 더욱 쓰지 않는다. 빨래가 마를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체크인 후 샤워부터 하게 된다. 가끔 양말이 덜 말라 배낭에 달고 다니는 분들도 보인다.

어디서든 잘 자는 순례견

침대 커튼을 치고 누워보니 발아래 루카가 누울 공간도 충분히 있었다. 루카 발톱은 한국에서 출발할 때 좀 길었는데 잘 갈려졌다. 발바닥은 더러운 것 빼면 패드 까짐이나 상처는 없다. 매일 자기 전에 확인을 하고 있고 종종 마사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알베르게 다인실에서 자면 코골이 합창이 들린다는데, 그중 하나가 루카다. 잠자리가 매일 바뀌어도 편히 잠들 수 있는 성격이 순례견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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