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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혜성님 Nov 12. 2023

북한미디어통제와 인민들의 반응

프랑스에서 쓰는 북한이야기

독재자들은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국민들의 사고의 확장을 차단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한 수단으로써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는 것이다. 예전에 '변호사’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독서모임을 조직해서 '불온서적’을 읽었다고 빨갱이 간첩으로 몰린 대학생을 변호하는 장면을 보고 나는 북한 생각을 했다. 권력자들은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박정희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던 김일성이나 비슷한 방법으로 국민들을 통제했다. 나는 이런 통제가 북한사람들의 삶과 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일반 인민들은 어떻게 이에 대응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북한은 조선중앙 TV 채널이 딱 하나다. 티브이 방영 시간은 평일 오후 다섯 시부터 밤 열 시까지다. 주말에는 오전 9시주터 바무10까지 틀어준다. 네시 반쯤부터 티브이가 나오기는 하는데 음악방송시간이다. 티브이 시작 전에 화면조정 시간 같은 거라고 보면 되겠다. 다섯 시부터 조선중앙 TV 방영 시간인데 첫 화면에서는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티브이 방송 순서를 알려준다. 다섯 시는 조선 중앙 보도로 시작한다. '보도’는 한국말로는 뉴스다. 보도 후에는 ‘김일성 찬양곡’ 몇 곡을 틀어주고, 아동영화라고 한국식으로 하면 만화를 방영한다. 만화 방송시간은 10분에서 15분을 넘지 않는다. 그러고는 기록영화라고 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명의 '위대한 분’이나, 혹은 사회주의 지상낙원에서 사는 국민들의 감동적인 삶 등 우상화나 체제 선전용 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운다.


여덟 시는 보도 시간이다. 여덟 시 뉴스 시간에는 우리는 위대하신 그분의 업적과 그리고 위대하신 그분의 뜻과 위업을 관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장기업소 노동 현장 일꾼들과 농업전선에서 지도자의 위업을 받들어 노동의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농민들의 소식을 들으며 심기일전 지도자를 위해 이 한 몸 남김없이 바치기를 강요받는다. 그 보도 시간이 끝나면 연속극을 방영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드라마가 되겠다. 북한은 TV에서 방영되는 모든 내용이 김일성 우상화와 체제 선전 일색이다. 전반적으로 맨날 똑같은 말만 하니 재미가 없다.

그다음으로 북한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미디어 매체로는 라디오쯤 되겠다.


라디오는 주파수가 딱 하나로 맞춰진다. 내 고향은 국경 연성이라 티브이 채널이나, 라디오 채널들을 돌리면 중국 티브이나 라디오가 잡힌다. 연변 쪽은 티브이 채널 중에 조선말 채널도 있다. 가끔 신호가 좋으면 연변 차들이 잡힌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 집집마다 TV를 사면 채널을 다 뜯어 버리고 하나로 고정시켜야 한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라디오는 새벽 5시부터 나온다. 인민 보건체조라고 하는데 새벽 다섯 시면 농촌들에게서 라디오를 엄청 크게 튼다. 하 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둘둘 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해는 방송원의 호령 치는 소리를 듣는다. 이건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나라들의 전통인데, 구소련이나 중국에서도 했다. 아침에 기상나팔소리 같은 거다. 인민들을 부려먹으려고 일찍 깨우려는 거다.


그래도 라디오는 TV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민의 목소리’라는 프로그램은 국민들이 직접 전화나 편지로 의견이나 불만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정부의 감시와 검열을 피할 수 없다. 국민들이 전화를 걸면 먼저 검열관이 받아서 내용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면 방송에 연결해 준다. 편지도 마찬가지로 검열관이 먼저 읽고, 적절한 것만 방송에 읽어준다. 또한, 국민들이 정부나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을 표현하면, 바로 체포되거나 처벌을 받는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부분 자기들의 일상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정부나 지도자에 대한 찬양이나 감사를 표현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가장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라디오에서는 TV보다는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의 소식’이라는 프로그램은 외국의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에 대해 알려주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정부의 선전과 세뇌를 통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다. 외국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고, 정부나 지도자에게 도전하는 자세나 행동을 비난하고, 북한의 우월성과 성공성을 강조한다. 또한, 외국의 긍정적인 면은 외면하거나 왜곡하고, 정부나 지도자에게 존경하고 복종하는 자세나 행동을 칭찬하고, 북한의 부족함과 실패를 숨긴다. 이런 프로그램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시각과 인식을 조작하는 것이다. 그것마저도 전기 사정이 여의치 않아 티브이든 라디오든 전부 쇳덩이나 별반 다름없을 때도 많다.


북한의 문화적 경제적 부흥기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이다. 구소련의 마감한 경제 지원으로 기록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 김정일은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북한이 이겼다고 자신하게 된다. 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북한은 1988년 세계청년학생 축전을 열었는데 그 시기를 기점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낙심하는 인민들에게 체제 승리를 보여주기 위해 1990년대 김정일의 지시로 다 부작 예술 영화 '민족과 운명’이 제작되었다. '민족과 운명’은 현재도 제작 중이다. 민족과 운명의 배경은 주로 해외 동포들의 삶과 고난을 다룬 것이다. 최홍기 편, 홍영재 편이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남한의 정치 상황을 보여주며 박정희 암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 특성상 해외를 많이 보여줬다.


북한 배우들이 직접 외국을 돌아다니며 찍었기 때문에 캐나다, 프랑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외국 문화를 볼 수 있었다. 민족과 운명이 방영되는 시간이면 티브이가 있는 집들을 찾아가서 밖에다 신발을 벗어 놓고 들어가 극장 마냥 영화를 감상했다. 밖에는 신발들로 산을 이룰 만큼 벗어놓고, 집 안을 꽉 메우다 못해 마루에까지 올라가서 영화를 보았다. 박정희 암살 장면을 보여주며 박정희를 연기하는 배우가 심수봉의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어찌나 좋았는지 다음 날이 되면 북한 아이들이 전부 다 심수봉의 노래를 부르면서 돌아다녔다. 그 외에 ‘홍도야 울지 마라’ 남한노래와, '베사메 무쵸’라는 스페인 노래도 나왔었는데 어떤 아이들은 가사를 전부 베껴서 학교 오락회 시간마다 불러댔다. 나라에서 인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미디어의 작은 구멍을 통해 인민들은 어떻게 하나 외부 세계의 한 조각만이라도 보려고 노력한다.


2002년 6월 13일에 발생한 '효선이 미선이 사건’은 북한에서 대대적으로 방영되지는 않았지만 잠깐씩 국제뉴스를 다루면서 다뤘다. 북한의 목적은 미 제국 주의자들의 군 폭력에 이 짓밟힌 남조선 인민들의 실상을 보여주겠다고 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민들은 '사건’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남조선 인민들이 입고 나온 옷차림에 더 관심을 가졌다. 북한에서는 남조선 인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며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 사회라고 눈에 핏발을 세우며 밤낮없이 남한을 욕했는데, 막상 뜯어보니 남조선 인민들은 '효선이 미선이’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그들을 위해 길거리로 떨쳐 나왔다.


남조선 인민들의 손목에는 멋진 시계들이 채워져 있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세이코 시계가 공산당 간부들에게 바치는 비싼 뇌물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런 고급 시계가 거리의 나서서 데모하는 대학생들의 팔목에 심심치 않게 걸려 있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남한 사람들은 정부를 상대로 미군을 상대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으며, 데모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이 감히 북한 정부를 상대로 길거리에 떨쳐나서서 데모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목적과는 다르게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외부 세계에 관심을 가졌고, 진실을 알려고 노력했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북한의 인민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인민들에게 거짓된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인민들의 눈을 가리려 한다. 북한은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주체 조국, 주체 사상, 그리고 내 나라만이 최고라는 국수주의적인 선전을 하며 문을 닫아 버렸다. 예전에는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우리끼리만 행복하면 된다고 인민들을 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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