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도 Nov 08. 2024

앙상한 몸, 빛나는 눈

영화 <언브로큰>(2015)

영화 줄거리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는 어린 시절부터 많은 차별을 당했습니다. 이민자라는 이유였죠. 루이는 따돌림을 당하며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그저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죠.

루이의 형은 루이가 누군가를 피해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육상을 권유합니다. 루이는 재능이 있었고 끈질긴 노력 끝에, 올림픽 선수로 발탁됩니다. 그는 베를린 올림픽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남기며 주목받는 육상선수가 되었죠.

그는 1940년 도쿄에서 열릴 올림픽에 참가하려 했지만,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그는 연합군 공군으로 소집됩니다. 작전을 수행하며 틈틈이 육상 훈련을 하며 올림픽에 대한 꿈을 놓지 않습니다.

어느 날, 루이는 아군 구출 작전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작전 수행 도중, 타고 있던 비행기의 엔진이 고장 나며 태평양 어딘가에 추락하게 됩니다. 루이와 필, 맥 세 사람은 생존하지만, 태평양에서 표류하게 되죠.

세 사람은 추위, 굶주림, 탈수와 싸움을 시작합니다. 빗물을 받아먹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버티죠. 하지만 40일이 넘어가던 날, 맥은 운명을 달리합니다…

표류한 지 47일이 되던 날, 루이와 필은 운이 나쁘게도 일본 군함에 의해 발견됩니다. 두 사람은 포로의 신분으로 일본 본토로 이송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수용소에 수감되며 떨어지게 됩니다. 루이는 도쿄의 오모리 포로수용소에 수감됩니다.

어느 날 도쿄 라디오에서 루이를 선전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일본의 위대함을 라디오에서 말해주면 수용소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제안이었죠. 루이는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오모리 포로수용소의 관리자인 ‘와타나베’는 루이의 눈빛을 좋아하지 않았죠. 이 사건을 빌미로 루이에 대한 그의 폭행이 심해지지만 루이는 이를 악물고 버팁니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죠.

연합군이 도쿄를 폭격하기 시작하며, 집에 돌아갈 희망이 커지던 날, 오모리 포로수용소 인원들은 일본 어딘가에 있는 나오에츠 포로수용소로 이송됩니다. 거기에도 ‘와타나베’가 있었고, 포로들은 석탄 운반선에서 일하게 됩니다. 매일 쉬지 않고 석탄을 운반해야 했죠. 루이는 몸이 쇠약해짐과 동시에 와타나베의 괴롭힘으로 인해 다리도 다치게 됩니다.

그저 루이가 순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싫어하던 와타나베는 다리를 다친 루이에게 무거운 나무판자를 들게 합니다. 루이는 다친 다리와 쇠약해진 몸으로 판자를 들어 올린 채, 해가 기울어질 때까지 버팁니다. 루이의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죠. 와타나베는 그런 루이를 두려워하며 그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합니다. 쇠약해진 몸으로 폭행을 당했음에도 루이는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죠.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포로들이 모두 석방되며 루이는 본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루이가 드디어 만난 가족들과 포옹을 하는 장면과 실제 장면이 오버랩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후기

루이는 누구보다 삶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고난에 고난이 겹쳐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었겠죠. 루이의 열망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제목이 더욱 빛나보이게 하죠.

줄거리에 나오는 장면 중, 와타나베가 루이에게 거대한 나무판자를 들게 하는 장면은 루이의 열망을 체감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다리를 다치고,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앙상한 몸으로 괴성을 지르며 나무를 들어 올리죠.

루이의 모습은 전혀 처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빛나는 눈으로 사자같이 포효하는 루이의 모습은 영화의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장엄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영화에선 루이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의 눈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눈빛은 한결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은 마치 절대 부러지지 않을 하나의 거목을 보는 듯합니다. 그의 눈빛은 가족을 생각하는 순간에만 한 명의 소년처럼 변하죠.

그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가족들이었습니다. 루이가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족들의 사진을 보는 장면들에서 느낄 수 있죠.

그는 유독 가족들과 유대감이 높았습니다. 엇나가던 자신을 육상 트랙 위에 올려준 형, 그리고 그런 아들을 응원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정말 큰 것 같았죠.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가족들과 재회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뭉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거듭되는 절망적인 상황이 해소되면서 큰 감동과 희열이 밀려오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실화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영화죠. 루이는 미국으로 돌아가 오랫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았다고 합니다. 치료를 받고 모든 것을 용서하러 일본으로 돌아가지만 와타나베 만이 끝까지 루이를 만나지 않았다고 하죠.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루이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죽음을 넘어 이어질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