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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은재 Nov 02. 2023

화해는 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나?



화해는 소비자들에게 화장품의 전성분 분석을 제공하며, 투명하고 건강한 소비 문화를 이끌었던 화장품 시장의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스타트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화해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나는 전직 화장품 마케터였지만 실제로, 화해를 활용해 어떠한 마케팅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을 떠올려 보니, 화해의 추락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해가 어쩌다 이 지점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차별화된 서비스 약화

화해가 처음 출현했을 때, 화장품 전성분 분석이라는 핵심 기능은 당시로서는 매우 특색이 있었다. 당시에는 화장품 성분에 대해 대중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화해를 통해 화장품의 성분을 확인하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화해를 통해 화장품 성분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화장품 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화해의 특색은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화장품 전성분 분석'은 대중화되어, 타 플랫폼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이제는 굳이 화해 어플에 접속하지 않아도 자체 상품 상세 페이지에서 전성분과 EWG 그린 등급(미국 비영리 환경 시민단체 EWG에서 자체적으로 화장품 원료의 유해성 조사를 한 후, 0~10까지의 유해도 등급을 설정하여 제공하고 있는 각 성분의 유해성 정보)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화해의 차별화 요소를 약화시켰다.

이제는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EWG 등급표



2. 사용자의 브랜드 충성도

또한, 소비자들 중 많은 이들은 한 번 정착한 화장품을 굳이 바꾸지 않는다. 나 또한, 4년 전에 기초화장품을 정착한 이후로는 줄곧 같은 브랜드만 사용해왔다. 이러한 화장품 소비자의 특성은 화해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줄였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나도 화해 앱을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지 않았고, 오늘 화해의 구조조정 소식을 듣고 궁금해서 다시 설치해 보았다.



3. 후기의 신뢰도 하락

후기 시스템의 신뢰도 하락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초창기에는 유저들의 진실된 후기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화해에서 상품 후기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대행사에서 작업한 가짜 후기와 화해 체험단인 ‘꼼평단’ 후기가 범람하에 따라, 많은 사용자들은 후기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꼼평단의 경우, 고객이 없어 후기를 확보하기 어려운 초기 브랜드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긴 하나, 아무래도 진성 후기보다는 신뢰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너무나도 똑똑하니까.



4. 구매 경로의 변화

최근에는 올리브영을 비롯한 드럭스토어를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광고를 통한 유입으로 자사몰을 통한 구매도 증가하고 있어, 화해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으로 보인다. 화해에서는 화장품 랭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로 많은 고객들은 올리브영의 판매 순위를 참고해서 제품을 구매한다.


5. 화장품 구매 패턴의 특수성

화장품, 특히 기초화장품의 경우는 같은 브랜드나 동일 라인의 제품을 함께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플랫폼에서 쇼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여성 패션 플랫폼인 '지그재그', '에이블리'가 계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각기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다양하게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의류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화해 이용자들의 감소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도 화해가 그다지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보이지 않아, 뚜렷한 수익 모델 또한 찾지 못했을 것이다.



화해의 사례는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항상 변하고, 소비자의 요구도 계속 변한다. 혁신의 리더였던 기업도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언제든지 도대될 수 있다. 이는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항상 배우고, 변화하며,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해의 추락은 아쉽지만, 이를 통해 우리 모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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