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로 살고 싶은 이유를 찾다
짜증날 정도로 발랄하던 대학교 시절을 지나
타지생활 중 연애 실패의 경험으로 겉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축제에 가는 신칸센 안에서 싸웠고
같이 걷던 중 그애는 한마디도 없었다.
어쩐지 내가 사라져도 모를 것 같아 멈추어 섰는데 그애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초코바나나를 파는 매대를 지나
아는 이 하나 없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고
믿을수없이 넓고 썰렁해보이던 좁은 방으로 들어오던 그 순간 숨막히던 기분을 잊을수가 없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누구에게나 있을수있는 일이지만
그 이후로 한순간 허망하게 산산조각날수있는 것에 대한 노력을 가볍게 하고싶지 않아진 것 같다.
바벨탑을 쌓는 것처럼 노력을 했지만 탑이 무너졌고
깨진 접시는 다시 붙일 수 없다고
그애가 그랬다.
대학에 복학해서는 임용고시를 준비해야 했는데
가난했기 때문에 여러 번의 기회가 없었다.
구멍이 난 유행에 뒤떨어진 옷을 입고 독서실에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공부하던 어느순간 참을수가 없어서 버스에서 엄청 울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순간 퓨즈가 끊어진 것 같다.
예쁘게 차려입고 버스를 타고 좋은곳에 놀러가고 그런것들이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자살, 자살, 자살. 피해끼치지 않는 사라짐.
내 머리를 가득 채우던 단어는 그것이었다.
독서실 앞에는 횟집이 있었는데
방어가 꼭 내 모습 같아서 비오는 날 밖으로 나와서 헤엄쳐주기만을 바랬고
진지하게 해파리에게 잡아먹혀 죽고싶다는 꿈을 꾸었다. 거대한 고대생명체 속에 집어삼켜져 마비가 되어 바다를 보며 죽어갈 것이고, 시체도 흉측한 모습으로 남지 않고 해파리의 양분이 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어떤 사람이 괴롭히는 꿈을 꾸었는데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그러자 꿈속 한 등장인물이
"더이상 못 봐주겠다" 며 창문을 열어젖혔다.
거기에는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 판화가 있었다.
그런데 파도가 움직였다.
이 밖으로 바다가 있구나. 나는 나갈수 있어. 탈출할 수 있어.
재수로 제주도 임용고시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나는 여기서 예전처럼 열심히 살지 않는다.
자취한지 6년차가 되었고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하루종일 꾸벅꾸벅 졸던 오늘 생각했다. 나는 그날부터 꾸준히 무기력한 상태구나. 나는 도태되러 제주도에 왔었지.
제주도는 도태되기 좋은 곳이야.
위로 올라가기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놀기 좋은 곳이야.
사람들은 나를 밝고 부지런하게 본다.
내가 자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줄은 모르고.
다이빙을 할때 위로 올라가는 공기방울은 꼭 해파리처럼 보인다.
나는 다이빙을 할때 죽음과 가까워지면서
내가 살고싶어한다는걸 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