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1
몇 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몽골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다. 대중 매체에서도 자주 언급을 하다 보니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 그 여자도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겠구나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본업은 외신기자 부케로 여행 테라피스트를 자처하는 김ㅇㅇ님이 두 달 전 몽골 여행 리스트를 보내왔다.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있고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패딩을 챙겨가야 한다는 멘트였고, 시원한 곳으로 가자는 지인의 말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7월 마지막 주 일요일 약속 시간 보다도 일찍 도착해 먼저 티켓팅을 하려고 해당 항공사 존으로 갔다. 기다리는 줄이 엄청나다. 설마 아니겠지 하며 창구 쪽으로 가니 아직 발권을 시작하지 않았으니 줄 서서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창구를 들려오니 그새 20여 명 가까이 더 늘어나 있었다. '세상에 무슨 일이래~' 한국 사람이 엄청 간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을 못 했었다. 그 여자 앞으로 백 명 이상은 족히 넘을 숫자의 사람들이 있고 금세 뒤로도 늘어섰다. 이 몽골 항공사는 그 흔한 티켓 키오스크도 없다. 온니 줄을 서서 티켓팅을 해야 했다.
탑승은 제시간에 시작되었다. 좁은 비행기에서 기다리는 것이 싫은 그 여자는 언제나 그렇듯 맨 마지막으로 탑승했다. 출발 시간보다 40분 늦게 출발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애교지 라는 생각으로 참아준다. 비행기 안에는 거의 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에 내려 숙소로 가는 길, 배워 알고 있는 '초원'이란 단어가 이런 것이었구나 라는 생가을 하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뿐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수록 차가 막히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를 바 하나 없었다. 우리나라 휴가 시즌과 그곳의 휴가시즌이 맞아떨어진 것도 있지만 평상시에도 시내 진입은 장난이 아니라 한다.
둘째 날 올레길 야생화 트래킹을 장장 다섯 시간을 했다. 올레길을 찾아가는 길 양 옆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 초원, 초원. 초원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 소들, 양들, 염소들 거기가 바로 가축들의 천국이었다. 유채꽃 또한 한참 만개한 시기 었는데 유채꽃밭 사이즈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닌 차로 달리고 달려도 끝나지 않는 보고도 믿지 못할 만한 크기에 놀라고 크기만큼 수놓은 유채꽃에 반해 달리던 차를 멈춰 각자의 인생컷을 찍느라 모두가 바빴다.
올레길 1코스는 어떠한가?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 능선을 따라 걷는 걸음걸음에 보이는 건 야생화요(패랭이꽃, 붓꽃, 허브, 지천에 깔려있는 에델바이스, 초롱꽃, 엉겅퀴, 다육이, 이름 모를 꽃들 등) 들리는 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차르르 차르르, 짝짝짝짝 메뚜기 날아가는 소리뿐. 드문드문 풀 뜯는 말과 소들 로컬 가이드를 포함한 여섯 명뿐 아무도 없었다.
무한으로 펼쳐진 초원 위 살랑살랑 불어주는 끈적임 없는 뽀송한 바람, 깨끗한 하늘의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새하얀 뭉게구름, 지천에 널려있는 야생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여섯 명 만의 시간,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그 길을 다섯 시간 동안 걸으며 그곳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자유시간을 마음껏 누리며 각자의 가슴속에 녹여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하고 회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