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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규 Oct 19. 2023

이단 박해와 당내민주화

당내민주화가 총선 승리의 관건

  이단 박해의 원인      

  중세 교회권력이 절정에 달한 인노첸시오 3세 교황 때 남프랑스에 카타리파라 불리는 이단이 등장했다. 이 이단들은 육식을 하지 않는 금욕적인 삶을 살았고 화려한 교회도 짓지 않았다. 때때로 부자들이나 고위성직자들의 사치를 비난하기도 했는데, 신도들에게 금전적 부담이 적어서인지 교세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었다. 

  교황청은 이단을 엄격하게 대했다. 이단을 허용하면 종교가 여러 개로 쪼개져서, 사악한 인간을 도덕과 문명으로 묶어온 종교가 힘을 잃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세력이 커져 자신들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었다. 이슬람 세력과 십자군 전쟁을 하던 시기여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내부 이념을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 남부지역의 이단인 카타리파를 처단하기 위한 십자군을 일으켰다. 냉전시기 미국에서 반대파를 무조건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인 매카시즘이나 히틀러의 유태인 학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박해는 두려움과 무지, 기득권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왔다. 부자 등 상류층은 철저한 금욕집단인 이단세력이 종교를 가장한 혁명주의자가 아닌지 의심을 했다(윌듀런트 문명이야기 4-2). 무력을 가진 왕과 귀족은 생각의 통일이 통치에 유리할 것 같았고, 부유한 이단자들의 재산이 탐이 났다. 일반 백성들은 카타리파가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교황의 이단선언에, 군중 속에 숨어서 사디즘을 폭발시켰다. 무지와 두려움이 폭력으로 변했다. 히틀러의 유태인학살처럼…. 개는 무서워서 짖지 않는가.

  

  이단박해의 폐해

  그러나 이단 박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잔인한 전쟁과 인명 살상으로 교황청은 존경심을 잃었고, 남부프랑스의 영주들이 몰락하고 프랑스의 왕권이 강화되어 오히려 교황권을 옥죄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성리학은 다른 사상을 허용하지 않았다. 불교와 천주교를 탄압했고, 송시열은 중용해석을 달리하는 윤휴를 사문난적으로 몰아서 죽였다.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획일적이고 정체된 사회가 된다. 결국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나라를 잃었다.

  이단 박해는 안정에 무게를 두고,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무사안일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여야 적응하고 생존해 갈 수 있다. 이단도 일종의 새로운 생각이다. 이단을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을 갖춰야 건강한 사회와 조직이 되지 않을까. 불교나 이슬람도 한 때는 이단이었고 예수님도 당시 유대교 권력자들과 다른 생각을 가졌기에 십자가에 매달렸다. 


  이단을 참지 못하는 우리정치  

  그러나 우리 정치는 진영대결이 첨예해서인지 이단을 참지 못하고, 당내민주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상대방을 죽여야 살아남는 전쟁터가 되었고, 구성원들을 줄 세우고 강성으로 치닫게 만든다. 지도부와 생각이 다르면 이단으로 철저히 응징 당한다. 그 결과 양당 모두 충성맹세하며 막말 잘하는 사람들이 당의 중추가 되고 있다. 토론이나 합리성, 온건함이 차지할 자리가 없고 점잖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잃은 것은 당내 민주화에 실패한 때문이다. 국민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과 탈원전 정책에 대해 당내에서 이견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반시장적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그 결과 민심과 이반되어 정권을 잃었다. 

   얼마 전 양평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지 3개월 밖에 안 된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데 대해 당내에 충분한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물론 선거 패배의 원인이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당이 대통령실의 지시대로 움직이며 대통령의 호위무사 역할만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대통령에게 국민의 소리를 수렴하고 전달하며 대책을 건의해야할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 반기를 든 목소리들은 이단이 되었다. 하지만 이 이단들은 서류상으로만 같은 당이지 사실상 적이 되었다. 

   

  총선승리의 묘약: 당내민주화

  윤대통령이 대선 치를 때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반대파를 포용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당이 내부 민주화를 이루고 자기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야당과도 협치하는 큰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당내민주화의 핵심은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는 마음인 것 같다. 지금 당내 공천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가능할 것 같다. 그래야 외연이 확장되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점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똑 같이 적용될 것 같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설득하고 포용할 수 있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당 운영이 내년의 총선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당내민주화가 내년총선을 좌우할 것 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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