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에 삼합회(三合會)가 있다
2025년 현재, 동남아시아 국경지대의 어두운 골목과 화려한 카지노 뒤편에는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미얀마 북부, 라오스 골든트라이앵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그리고 중국 윈난성과 접한 국경도시들. 이곳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캠 인더스트리(scam industry)’의 중심지로, 단순한 보이스피싱의 규모를 훌쩍 넘어선 하나의 ‘산업단지형 범죄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중국의 전통 범죄조직인 삼합회(triads)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한때 카지노와 밀수, 마약 거래를 주름잡던 삼합회는, 이제 사이버 공간으로 무대를 옮겼다. 그들은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무법지대에 ‘스캠 컴파운드(scam compound)’를 세우고, 중국어·영어·한국어에 능통한 청년들을 모집해 가짜 투자 플랫폼, 연애사기, 암호화폐 거래 사기 등 각종 온라인 범죄를 실행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발적 일꾼이 아니다. 취업을 미끼로 현지에 끌려온 뒤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과 감금 속에서 ‘사기 노동자’로 전락한 피해자들이다. 일부는 탈출을 시도하다 총에 맞거나 강물에 버려진 채 발견된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경찰은 지난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60여 명을 구출했는데, 그들이 일하던 건물의 소유주가 14K 삼합회 계열 인물로 확인되었다. 14K는 홍콩과 마카오, 광저우를 기반으로 한 최대 범죄조직 중 하나로, 현재 캄보디아·라오스 등지에서 ‘카지노 사업’이라는 합법적 외피를 두르고 사기·도박·인신매매를 병행하고 있다. 미얀마 북부의 코캉(Kokang) 자치지대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발견된다. 이곳에서는 ‘네 대 가족(The Four Major Families)’이라 불리는 지역 범죄가문들이 사기산업을 직접 운영했으며, 중국 공안은 이들 중 일부를 송환해 사형에 처했다.
그들의 방식은 치밀하다. 우선 삼합회 계열 자본이 현지 정치인, 군 간부와 결탁해 땅과 인허가를 확보한다. 이후 ‘테크 기업’ 혹은 ‘고용센터’ 명목으로 사기시설을 세우고, SNS를 통해 외국 청년들을 모집한다. 피해자들은 “고수익 IT직”이라 믿고 국경을 넘지만, 도착한 순간 무장경비가 둘러싼 복합건물 안에 감금된다. 그곳에서 그들은 하루 16시간씩 가짜 프로필로 채팅하며 서방과 한국, 일본의 투자자를 속인다. 송금된 돈은 암호화폐로 전환되어 중국 본토나 홍콩, 심지어 두바이의 계좌로 세탁된다.
최근 한국 경찰청도 이 삼합회 네트워크의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초,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피해자 수십 명이 발견된 사건은 ‘홍콩계 조직’의 지휘를 받은 스캠단이 배후로 드러났다. 이 조직은 피해자의 가족에게 협박 전화를 걸고 몸값을 요구하는 등, 단순 사기에서 인질 비즈니스로까지 진화하고 있었다. 현지 수사당국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일부 경찰과 관리들이 삼합회 자본과 결탁해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스캠 인더스트리는 단순히 개인의 탐욕으로 유지되는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불평등과 부패, 그리고 국가 간 권력 공백이 만들어낸 신(新)식민 구조에 가깝다. 노동 착취와 인신매매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폐 시장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다. 삼합회는 과거 아편과 카지노로 제국을 세웠지만, 이제는 데이터와 심리를 조작하는 ‘디지털 마약상’으로 변신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접국과 공동수사팀을 꾸려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합회 네트워크는 이미 합법·불법 영역을 넘나드는 복합적 구조”라며, 단순한 검거로는 근절이 어렵다고 본다. 실제로 이들은 불법 자본으로 현지 부동산과 리조트를 사들이고, 로비를 통해 지역 정치권과 유착함으로써 ‘합법적 외피’를 유지한다.
한 탈출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우리를 지키는 사람은 경찰이 아니라 총을 든 경비원들이었어요. 밖으로 나가려면 몸값을 내야 했죠. 그곳은 하나의 감옥이자 공장이었습니다. 사기를 생산하는 공장.”
스캠 산업은 더 이상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선 조직폭력의 산업화된 형태다. 그리고 그 어두운 심연의 중심에는, 여전히 삼합회의 붉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