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엄이 뭐야?

낯선 경험

 TV를 보다가

갑자기 속보가 떴다.

"이게 뭐지."  

보기 싫은 얼굴 하나가

TV 전면에 떴다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옆에 있던 둘째가

화득장 열라면서 묻는다.

"비상계엄이 뭐야?"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큰애가 퇴근해서집으로 들어온다.

"아빠 비상계엄이 선포 됐대

 도대체 이게 뭐야!"


1970년대 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사회에 살았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나면

길거리에 군인들이 쫙 깔려 있고

어가는 발걸음마다

경찰들이 단속을 하곤 했었지.

그야말로 공포였어.

장발(長髮)도 단속하고

짧은 치마도 단속했지.

한쪽 구석에 동그란 원을 만들어 놓고

을 어긴 사람들이 그 원 안에

옹기종기 서있던 모습들

그게 내가 보았던

비상계엄 사회 특징이었다.


나는 빠른 속도로

헌법을  찾아보았다.

최근에는 헌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안이 모두  내 손 안에 있다.

나는 헌법(憲法) 77조(條)를 살펴보았다.

그리곤 피식 웃었다.

"아빠 묻는 말에 대답도 않고

 왜 웃기만 해요?"


나는 찬찬히 설명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이를 선포한 대통령의 어리석음에 대해서.


"아니 이 친구. 진짜 무식(無識)하네.

 국회의원(國會議員) 

  과반수(過半數) 이상  확보하고 나서     

  선포해야지.

 다 찌그러진 국회의원  수로

  무슨 비상계엄이야!"

"이것 봐라.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시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결국 과반도 아니고 2/3에 가까운

  국회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가만히 있겠어?

  몇시간도 못 버틸껄?"


그러나 "비상계엄"에 대해 낯선 아이들은

당장 내일  자신들에게 미칠 일들에 대해

경우의 수까지 제시하며

토론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었다.


"얘들아 밤이 늦었으니

 잠자리에 들자 별것 아니야

 그저 해프닝(happening)으로

 끝날 것이니까.

  아마도 국제적으로 망신 당할 것 같아

  외신(外新)에도 보도될텐데.

  이리 아무 생각이 없을까?"

그리고 나는  잠에 곯아 떨어졌다.


대낮에 차를 끌고 수원에 가서

대학생들 대상으로 강의한 후유증 때문일까?


얼마나 깊이 잤을까?


5시 40분에 눈을 떴다.

아직 해가 뜨기 전

어둠이 물러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새벽.

나는 핸드폰을 열었다.

두개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예상대로였다.


이런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어떻게?

왜?

한심하다.


이것은 백일몽(白日夢)도 아니고.


이 친구가 사과박스에 갇혀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현상이 깊어지면

우울증(憂鬱症)에 깊이 빠지고

무력감(無力感)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세상과 단절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는데.


걱정이다.


나라 걱정보다

이 친구의 앞날이 걱정된다.


누군가 말했다.

"대한민국 역사 신기해요.

  역대왕조(歷代王朝)나

  1945년 이후 정치가들을 보면

  게다가 정당정치(政黨政治) 보면

  이렇게 수준이 낮고 엉망이고

  부패한 모습이 어제오늘의 현상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있는 것을 보면

  '정당정치는

   불필요하고 없어도 된다.'

  의미를 증명해주고 있어요."


벌써 아침이 밝았다.


그래.

양당(兩黨)이 모두 똑같다.

초록이 동색이다.


이런 정당 없어도 된다.


대한민국  국민 만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