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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노래 Jan 06. 2024

YAMAHA YH-5000SE

헤드폰에서 들려줄 수 있는 극한의 감동과 재미





'야마하보다 더 사운드를 잘 아는 기업은 없습니다' 


야마하 본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문구다. 이걸 걸어놓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과 실력을 지녀야 할까.  




야마하는 대단히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이며, 스피커 - 앰프 - 소스기기(플레이어) - 이어폰/헤드폰을 모두 제작하는 종합 음향 브랜드다. 덩치가 크고 오래된 기업들이 으레 그렇듯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어폰/헤드폰 업계에 오래 종사한 입장에서 평가해보자면 흐름에 조금 뒤쳐져있다. 그런데 이번에 정립된 'TrueSound' 사운드 튜닝은 뭔가 다르다. TrueSound가 적용된 무선 이어폰 대장 E7B(37만9천), 유선 헤드폰 대장 5000SE(498만)을 들어 본 결과,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뼛속 깊이 음향애호가로서 이번 야마하의 업적에 큰 박수를 보낸다.   




YH-5000SE의 드라이버는 'Ortho Dynamic' 이라고 한다. 1976년 출시된 야마하의 전설적인 헤드폰 HP-1에서 사용된 드라이버에 영감을 받아 현대 기술의 평판 - 자력형 드라이버로 개선시킨 것이 Ortho Dynamic 이다. Ortho Dynamic은 진동판 양면에 투과도가 높은 미세 다공 에어 댐퍼를 배치하여 진동판을 제어한다. 파이널의 D8000 플래그십 헤드폰도 이와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다.  


YH-5000SE는 플래그십 / 평판 자력형 제품 치고 구동이 매우 쉬운편이다. 저음 컨트롤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앰프를 타지 않는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흥미롭게도 같은 구조를 지닌 파이널 D8000도 구동이 매우 쉬운 편이었다. 


YH-5000SE는 풀사이즈 개방형 구조로 가볍고 강성이 강한 마그네슘으로 본체가 제작되어 320g의 초경량 헤드폰이다. 플래그십이고, 이 큰 덩치에 무거운 자석이 들어가 드라이버를 제어하는 평판 자력형 드라이버 구조임에도 이 정도의 낮은 무게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마법이 아닐 수 없다. 


YH-5000SE에는 가죽과 스웨이드 이어패드 2종이 포함된다. 


가죽 : 또렷하고 정확하며 차가운 느낌 / 음질 강화 / 현대 음악에 좋음

스웨이드 : 흐리고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 / 음악성 강화 /  과거 음악에 좋음


YH-5000SE는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와 플래그십 오디오 모델의 부품을 취급하는 카케가와 공장에서 생산된다. 




5000SE는 어디까지나 내 기준에서 역대 최고의 사운드를 들려주는 압도적인 성능을 갖고 있다. 공간을 장악하는 스피커의 울림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으며, 아날로그적 감성이 가슴을 후벼판다. 경이로움을 목전에 둔 인간의 입은 저절로 다물어진다. 그리고 그 경이로움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오감을 집중한다. 한번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어지간해서는 멈출 기분이 들지 않는다. 5000SE는 시간을 죽인다. 정신없이 음악을 탐닉하게 만드는 중독성을 지닌 헤드폰이다.


해상력보다는 뉘앙스, 분위기, 생동감에 몰빵한 세팅이다. 동가격대 플래그십 헤드폰 중에 해상력이 가장 떨어지게 느껴진다. 나는 음감용 목적에서는 일정 이상의 해상력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정도 해상력이면 불만은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많은 음향애호가들의 평이 갈릴 것이다. 이 제품은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어야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평가는 정확히 E7B 이어폰과 동일한데, 야마하가 정립한 TrueSound는 음악 전체를 통솔하기 위해 구성원인 소리 하나하나의 주장은 모두 희생시킨 듯 하다. 이것도 일종의 전체주의라고 봐야할까? 


전 장르에 다 매칭이 좋지 않다. 음을 딱딱 끊어서 표현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잇는 편이라 리듬감이 주가 되는 음악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반면 규모가 큰 영화음악, 대편성 클래식에서 그 어떤 헤드폰과도 비교 불가능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초고음과 초저음이 둘 다 확장되어 쭉쭉 뻗어있고 옆과 뒤쪽에서도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에 입체감이 뛰어나다. 이런 성질은 무대의 크기가 클수록, 사용된 악기가 많고 음역대와 소리 세기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더욱 증폭된다. 




개인적으로는 판매 금액이 지금의 2배가 되어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감동과 재미를 주는 잊지 못할 헤드폰이었다. 언젠가 내 방에 모시고 말겠다는 다짐을 되새김질하며 통장잔고를 확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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