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로서의 30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우주를 통틀어 식물을 제외한 모든 동물의 수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치아 건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충치와 치석으로 그 원인은 각각 치석균과 충치균입니다.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세균 모두가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반려동물에게 있어서는 치석균이 유일한 치아 건강의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사람과 같은 밥상에서 같은 수저로 식사를 하거나 과한 뽀뽀 등과 같은 접촉이 잦은 반려동물이라면 충치균도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지만 접촉이 잦지 않은 경우의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치석균이 치아 건강에 가장 강력한 위험 요소입니다.
충치균과 치석균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이지만 사람과 반려동물 공통적으로 충치균보다 치석균이 훨씬 더 무섭고 악질적입니다. 충치균은 감염이 되더라도 감염된 치아 하나만 손상시키고 뿌리까지 침투된 심한 경우만 아니라면 치아를 잃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치석균은 일단 감염되면 당분이 들어오는 족족 가공할 만한 번식력으로 보다 넓은 부위들을 점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치균에게는 없는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능력이 탁월해 치아 주변의 뼈와 결합조직, 잇몸 등에 염증을 일으켜 결국에는 치아까지 빠지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며 잇몸 혈관을 따라서 전신의 중요한 장기에 심한 염증을 일으켜 생명까지도 빼앗는 악질적인 존재입니다. 치석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물의 당분을 이용하여 빠르게 번식하며 치아 표면에 웬만한 힘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치석으로 불리는 돌덩어리를 만들어 이를 전초기지로 삼아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드는 능력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치석균의 잔인함과 반려동물의 면역계와의 관계를 알아보겠습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면역계는 신체에 침투한 치석균을 절대로 방치하지 않고 지루하고 긴 전쟁을 이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치석균이 만들어 놓은 전초기지가 돌덩어리처럼 강력하기 때문에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백혈구가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백혈구들은 그 몸속에 잡아먹은 치석균을 녹이는 강한 무기가 있지만 인해전술에서 밀리면서 전사하게 되면 백혈구의 몸에서 강력한 용해물질이 녹아 나오면서 거꾸로 치아를 지탱해 주는 자신의 잇몸뼈와 조직을 녹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정도까지 진행되면 이빨은 온통 치석으로 덮여 있게 됩니다.
수의사로서 이런 상황에 이르러서야 동물 병원에 방문하는 보호자에게는 섭섭한 마음이 많이 들게 됩니다. 흔히 고문 중에서도 이빨을 뽑는 고문이 가장 잔인한 고문이라고 여겨지는데 이와 유사한 정도로 반려동물이 고통을 받도록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까지 진행된 반려동물은 이빨을 지켜줄 뼈까지 녹아 심하게 흔들리는 치아는 그 이상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발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석균의 잔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 악질 세균은 잇몸 혈관을 통해서 전신으로 식민지를 넓혀나가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세균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반려동물이 심각해진 치아 상태로 고통받으면서 먹이를 잘 먹지 못하여 악화된 면역력 때문에 더욱 강해져 온몸에 심각한 다발성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결국 입안에서 나는 악취나 그 근처의 잇몸 염증, 기관지염은 애교로 봐줄 정도의 심각한 결과가 전신에 걸쳐 일어나게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치석균에 의해서 어떠한 질병이 생겨나는지에 대하여 적어보겠습니다.
치석균은 치아뿐만 아니라 잇몸 조직의 가느다란 혈관을 침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온몸을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발생하는 질병들을 병명 위주로 예상해 보자면, 가장 흔하게는 치석이 존재하는 구강 내에서는 치주염, 잇몸병, 그리고 치아 흔들림, 강한 통증으로 침을 삼키지 못하고 흘릴 정도의 심한 구내염과 치석의 만성 자극에 의한 잇몸의 악성 종양 등이 흔하게 발생되고 혈관을 따라서 온몸으로 퍼진 치석균이 염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따라서 간염, 자궁축농증, 심장판막증, 췌장염, 만성신부전, 대장 소장 의장등에 각종 설사나 변비 고창증 등의 소화기 질환, 안구를 탁하게 보이는 백내장,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전신의 만성 피부염, 류머티즘 관절염은 물론 뇌의 염증에 의한 뇌증상과 치매도 유발한다고 연구되어 있습니다.
부수적으로 이러한 만성 질환들로 인하여 병원에서 처방받는 약들의 장기적인 복용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에 의한 쿠싱증후군, 백내장, 기타 성인병 등까지 포함하면 치석균의 폐해는 말로 다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처럼 만성적으로 치석균이 전신에 침투하는 단계에서는 반려동물이 예전처럼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므로 그 이전 단계에서 예방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치석균의 아주 악질적인 능력에 비하여 그 예방법은 아주 간단하고 쉽게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원리를 살펴보면 먼저 사람의 경우, 매일 세끼 식사를 하고 나서 바로 양치질을 열심히 하여 치아를 깨끗하게 관리하도록 교육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사람조차 이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치아를 잃고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심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석균의 악질적인 능력을 설명한 위의 글을 참고한다면 치석균이 번식한 후에 양치질을 아무리 잘해도 허무하게 치아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깨끗하게 치아를 관리하려고 노력을 해도 이미 한 마리라도 치석균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분이 포함된 식품을 먹는 순간부터 치석균의 번식을 빠른 속도로 늘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또 치석균이 이빨과 잇몸 사이의 깊은 공간으로 쉽게 숨어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 상태라면 아무리 교육받은 대로 칫솔질을 열심히 해도 숨어 있는 치석균은 계속 숫자가 늘어 아래로 또 아래로 치아뼈를 녹이면서 침투하게 됩니다. 간간이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오는 에피소드까지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우리는 계속해서 단것을 먹으면서 치석균을 도와 결국은 치아를 상실하게 되는 상황까지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을 고통이 있음에도 말을 할 수 없고, 양치질 교육도 받지 못한 반려동물에게 적용해 보면 이제는 예측할 수 있으실 텐데요. 특히 스스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반려동물은 치석증이 훨씬 더 심한 것을 수의사로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치석이 진행된 반려동물은 통증 때문에 양치질을 더 기피하면서 악화되는 속도가 몇 배나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의사로서 경험에 따르면 일부 구조되어 오는 경우를 포함해 대부분의 길고양이 경우에는 치석균이 잇몸 뿌리까지 내려가서 치근단 염증을 일으키는 지경에 이르고 심한 통증으로 먹이를 기피하고 결국에는 합병증까지 생기고 대부분의 경우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되는 결과를 많이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할 기회가 있는 사람과 반려동물의 경우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길냥이들보다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려인들의 무관심 또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의외로 많아 그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방법은 너무 간단하므로 다음 글에서는 치석균의 예방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임상적인 경험을 통해서 매일 양치질을 잘한다는 사람도 치석이 쌓이고 발치와 임플란트까지 이르게 되는 상황이 다반사인데 하물며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 동물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치석균에 의한 심각한 결과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사랑스러운 댕냥이들의 애처로운 눈빛에 빠져 간식을 안 주고는 못 견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쉬운 방법을 알아둔다면 치석균도 예방하고 주고 싶은 간식도 주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핵심 비결은 바로 먹이를 먹는 시간은 짧게, 물을 먹는 시간은 길게 하는 것입니다. 즉 입안에 남는 음식 찌꺼기는 적게, 헹구는 시간은 길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반려견의 경우 무조건 식사시간과 간식시간을 합해서 식사당 5분 이내로 하고 나이에 따라서 약 3개월까지는 하루에 세끼, 6개월까지는 하루에 두 끼, 그리고 6개월 이후부터는 하루에 한 끼만 사료와 간식을 급여하면 됩니다. 물론 간식은 되도록 금지하고 양질의 사료만 주는 것을 권장하지만 자식들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못 이기는 경우에는 사료를 먹은 직후에 간식을 주고도 모두 합하여 한 끼당 5분을 넘지 말 것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1분이 안되더라도 만약 사료를 먹다가 반려견이 다른 업무에 집중하거나 아예 거부반응을 보이면 당장에 밥그릇을 뺏을 것을 더욱 강력히 권장합니다. 그리고 물을 열심히 먹게 해 준다면 하루 종일 치아를 설거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해주면 치석균이 혹시 있더라도 굶어 죽거나 치석이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저절로 자연적으로 닦여 나가게 됩니다.
반려묘의 경우에는 반려견과 다르게 조금 까다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타고난 체질적인 특성상 먹이가 떨어지면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밥그릇에는 항상 사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반려견보다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권장하는 방법으로는 손가락에 거즈를 감아서 또는 작은 칫솔을 이용하여 닦아주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며 기타 좋은 보조제를 이용하거나 유산균과 같은 면역력 강화 보조제를 급여하여 치석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도 권장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손수 닦아주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특히 양쪽 위턱의 뒤쪽 어금니 부분의 치아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닦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같은 간단한 방법만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해준다면 반려동물들이 치석으로 인해서 치아를 잃거나 많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병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생명을 잃거나 반려동물과 헤어져야만 하는 슬픈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너스로 집사의 입장에서는 치료비로 지출되는 돈을 아낄 수 있고 사랑스러운 반려묘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상황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안락사를 의뢰받는 경우를 맞닥뜨리는 때는 대부분 심각한 상태로 질병이 악화되어 내원하는 경우이다. 수의사로서 30년의 임상 경험으로 나는 습관적으로 구강 상태를 제일 먼저 확인하게 되는데, 대부분 치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치석증을 앓고 있다. 그나마 치석이 있는 치아가 남아있는 정도라면 조금은 나은 편일 정도로 많은 치아를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직감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치석균에 의해서 질병이 발생하고 그것이 악화되어 안락사를 의뢰할 정도까지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호자에게 질문을 한다, 치석증이 심각한 상황인 것을 알고 있었는지. 가뭄에 콩 나듯이 인지하고 있는 보호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지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나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조금이라도 일찍 스케일링을 해주고 필요한 치료를 해주었다면 일부라도 안락사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반려동물의 가족들은 자신은 물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의 치아 상태를 한 번 더 살펴보고 혹시라도 치석의 기미가 있다면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이 글을 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도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고통을 줄여주고 잠재적인 허무한 죽음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실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