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Chromatography』

:색을 기록하다

by 목소빈


우리는,


하나의 같은 점에서부터 출발해

같은 길을 따라서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며

다정히 함께 걸어 나갈 줄 알았던 우리는


애초에 서로 빛깔이 달랐던 거야.

애초에 서로 보폭이 달랐던 거야.


우리가 같이 지나온 길은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색채를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남겼을 줄 알았는데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땐

눈물이 번진 채 뒤엉킨 혼탁한 길.


그 길 위엔 여전히

느릿하게

울며

바닥을 기다시피 하는 누군가와


다시 반대편엔 지금도

성급하게

뛰며

길을 만들어가는 누군가


그 사이 적당히 끼인 채

어정쩡히

걸어

앞사람을 따라가는 나


기대한 그림은 아니더라도


어찌 됐든 우리는,

세상에 색을 기록했다는 것


가까이서 보았을 때는 몰랐던 무지개가

멀리에서 보았을 때는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이토록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