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기록하다
우리는,
하나의 같은 점에서부터 출발해
같은 길을 따라서
서로의 속도에 맞춰가며
다정히 함께 걸어 나갈 줄 알았던 우리는
애초에 서로 빛깔이 달랐던 거야.
애초에 서로 보폭이 달랐던 거야.
우리가 같이 지나온 길은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색채를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남겼을 줄 알았는데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땐
눈물이 번진 채 뒤엉킨 혼탁한 길.
그 길 위엔 여전히
느릿하게
울며
바닥을 기다시피 하는 누군가와
다시 반대편엔 지금도
성급하게
뛰며
길을 만들어가는 누군가
그 사이 적당히 끼인 채
어정쩡히
걸어
앞사람을 따라가는 나
기대한 그림은 아니더라도
어찌 됐든 우리는,
세상에 색을 기록했다는 것
가까이서 보았을 때는 몰랐던 무지개가
멀리에서 보았을 때는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이토록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