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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회상

by 목소빈

내게 누구보다 가장 먼저 찾아와

봄의 시작을 알려주던 당신은

연분홍빛 매화같은 얼굴을 하고있었습니다


들이마시는 숨이 따가워질만큼 강하게 코를 찌르는

3월 끝자락, 서향의 아득한 향기는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의 진한 향수처럼

눈뿌리에 저릿한 눈물이 고이게 했습니다


하얗게 펼쳐져선

까만 하늘에 곡선을 그으며

떨어지는 불꽃놀이처럼

가지 끝마다 활짝 터져나온


목련의 두터운 꽃잎은

바닥에 떨궈지고 짓밟혀

생채기가 날 것을 걱정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꽃을 내게 내보입니다


장난스레 공중을 빙글빙글 돌며

방심한 내 시야 내로 불쑥 나타나는

샛노란 개나리같던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내 옆에 없습니다


봄은 꽃에게서 오지 않지만

꽃이 없는 봄은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없는 지금 내 세상에는

그 어떤 꽃도 피어나고 시들질 않으니


하늘거리는 모든 것들은

꽃잎이 아니고 당신의 머리칼이며

암향을 머금은 모든 것들은

꽃이 아니고 당신의 살결이니


나에게는 이제 봄이 찾아오지 않을 작정인가봅니다


언젠가 나의 봄이 다시 돌아오길 간절히 빌며

나는 얼어붙은 채 멈춰버린 계절 속에 웅크리고

추위를 잊기 위한 겨울잠을 자겠습니다


기인 잠에서 깨어나면,

당신이 나를 떠나갔던 것은

그저 열대야에 뒤척이다 언뜻 빠져든

선잠 가운데 지독한 악몽이었던 것처럼


나무마다 가을 내음을 묻히며 돌아오는

색색깔 가을바람의 모습을 하고 내게로 와주십시오


추위가 덜한 겨울을 둘이 함께 보내고는

다시 봄을 만끽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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