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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어 Nov 02. 2023

도시 속 자주 찾게 되는 공원이란

공원은 꼭 넓고 접근성이 좋아야만 할까요?

도심 속 공원이라 하면 여러분은 어떤 공원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대표적인 도시공원 뉴욕 센트럴파크가 떠오르기도 하고, 인천 송도의 물이 흐르는 센트럴파크가 떠오르기도 하고, 세종특별시의 호수공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방금 질문에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공원들의 공통점을 떠올려 볼까요? 


첫 번째로는 지도에서 한눈에 찾을 수 있을 만큼 면적이 거대하고, 두 번째로는 대부분 도시의 중앙에 위치하여 그 지역의 누구나 다 아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을 거에요.  


그런데 오늘은 이 공원들이랑은 조금 다른 공원을 이야기해보려 해요. 


자주 찾게 되는 공원은 어떤 공원인지, 그리고 공원이라고 꼭 사람이 많고 접근성이 좋은 도심 중앙에 위치해야 하는 것 일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뉴욕 소호 (SOHO) 지역의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 (Elizabeth Street Garden)을  살펴볼게요. ( 위치: Elizabeth St, New York, NY 10012 )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Greenwich Village)와 소호 (SOHO) 일대를 둘러보며 귀여운 특징을 발견했어요. 

녹색으로 표시된 곳들이 커뮤니티 가든 (Community Garden)이에요. (ref. Google maps)


바로 블록과 교차로가 만나는 자투리 부근들과 동네 곳곳이  커뮤니티 가든 (Community Garden)으로 조성되어 있던 점이랍니다. 가든들마다 예쁜 이름도 지어져 있었어요. (이름을 지음으로써 그 동네만의 통하는 매력을 갖게 되기도 하고, 작은 랜드마크로서의 역할도 갖게 됩니다.) 커뮤니티 가든은 보통의 뉴욕 내에서 공원 (park)로 지정되어 있는 공간들보다 훨씬 작고, 그 동네 (neighborhood) 곳곳에 위치한 작은 녹지들이에요.


그리니치빌리지 일대에 있는 베드포드 트라이앵글 파크 (Bedford Triangle Park), 커뮤니티 가든 (Community Garden) 중 하나


이 커뮤니티 가든들은 위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도시공원들처럼 크기가 크고,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해당 동네의 주민들한테 식물, 테이블, 의자, 그늘과 함께 공원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동네 어느 곳에서든 쉽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답니다. 


오늘 이야기할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 역시 SOHO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커뮤니티 가든입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 (Elizabeth Street Garden)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은 센트럴파크와 같은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특별한 포토스팟이 있는 명소도 아닙니다. 그래서 직접 이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을 목적지로 두고 간 게 아니라면, 관광객은 쉽게 지나칠 수도 있지요. 가든 입구도 아주 작습니다. 그러나 그 입구를 통해 들어간 가든 내부는 바깥 도시와는 전혀 다른 차분한 분위기로 이용자를 감싸고, 그늘아래 앉아 쉬어가고 싶게 합니다


자칫하면 지나칠 수도 있는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의 작고 무심한 듯한 입구

키가 큰 나무들이 이 작은 공간을 도시 소음으로부터 지켜주고, 충분한 개수의 테이블과 의자들은 사람들이 서로 방해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게 보장합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단체 (동아리)는 이곳에서 플리마켓 (Flea Market) 행사를 하고 있기도 했답니다.


관광지가 가득한 뉴욕시티 안에서 커뮤니티 가든은 주민들에게 온전한 쉴 곳이 되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시가 거대한 공원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꼭 제공해야 할 가까운 녹지, 쉴 수 있는 녹지는 전체적인 접근성이 좋은 위치의 공원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접근성이 보장된 적당한 크기의 녹지라고 생각됐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에서의 쉼

뉴욕을 거닐며 ‘왜 뉴욕의 커피숍들은 의자와 테이블 수가 적고 크기가 작을까? 그럼 사람들은 어디서 쉬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엘리자베스 스트릿 가든을 처음 이용해 보고는 단번에 깨달았답니다. 이곳 주민들은 꼭 커피숍 안에서만 커피를 마시라는 법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이렇게 다양한 커뮤니티 가든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지난 글에 잠시 언급했던 르뱅베이커리 노호 (NOHO: 소호의 북쪽 지역)에서 르뱅쿠키를 사 와서 가든에 앉아있던 시간은, 제 생에 손에 꼽을 만큼 정말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했을 만큼 커뮤니티 가든에서의 쉼은 신선했답니다.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의 많은 공원들은 최대한 많은 공공에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도시 중앙에 큰 공원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민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공원에 갈 채비를 할 필요 없이 쉽게 갈 수 있고, 그곳에 가서는 바깥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이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이 아닐까요? 


자연을 즐긴다는 것과,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며 시간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나와 자연을 제외한 바깥세상의 소리 및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안에서 지역공동체만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더더욱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녹지 공간일 겁니다. 지역공동체에게 편안하고 안전하며, 쉽게 모일 수 있는 착한 장소가 되어줍니다. 


도시 전체의 지리적 맥락으로 보았을 때 접근성이 낮은 위치에 위치하더라도, 커뮤니티 가든은 그 부분에서 전혀 제한받지 않습니다. 주민 및 방문객을 포함한 모든 그 동네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느 공원들보다 접근성이 좋을 테니까요. 프라이빗한 자연과의 경험을 언제든 보장함에도, 그 공간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제한 없이 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접근성 높은 시민들에게 필요한 녹지일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커뮤니티 가든과 같은 녹지가 도시 내에서 지역 차별 없이 동등하게 조성된다는 전제하에, 이러한 가든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녹지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는 녹지의 모습일 것입니다. 뉴욕에 가보신다면 건널목 중간중간 식물들 사이에 빼꼼하고 숨어있는 커뮤니티 가든에 들어가 잠시 앉아있다 가는 걸 꼭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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