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을 위한 78번째 전략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인공지능과 인간의 숨 막히는 대결, 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4:1의 결과로 알파고가 최종 승리를 거머쥐며 막을 내렸습니다.
가히 AI 시대의 개막이라고 판단할만한 이 시합은 유일하게 이세돌이 승리했던 4번째 대국으로 인해 '알파고를 이긴 최초의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안겨 주기도 하였습니다. 앞선 3번의 대국에서 연패를 기록하던 이세돌이 4번째 대국에서 두었던 78번째 돌. 이 수는 169 팩토리얼이라는 수를 예측하는 알파고마저도 손쓸 수 없던 기막힌 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승률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적합한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인공지능조차도 예상치 못한 수였기 때문이죠.
지난 3번의 연패로 이세돌이 패배의 좌절감을 느꼈으리라 착각했던 이들은 비로소 4번째 대국을 통해 그간의 패배가 알파고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이세돌의 전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만의 집을 지어가는 대국과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생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숨 막히는 긴장감과 나를 쫓고 있는 관중의 불편한 시선들, 만약 이세돌처럼 계속된 연패로 사기가 떨어진 상황이라면 주변에 모든 상황이 나를 압박하는 절박한 심정에 놓이고 말 테니까요. 어쩌면 당장에라도 돌을 던지고 경기장 밖을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가다간 질 게 뻔하니까.'
'나중에 더 잃을 바에야 지금 포기하는 게 최고의 선택이니까.'
이렇게 자신을 합리화하며 내 삶에서 도망치려 들고 싶을 겁니다.
이세돌의 78번째 돌 이후 알파고는 모든 수를 제대로 대항하지 못했고 결국 180번째 돌을 끝으로 백 불계승을 거두게 됩니다.
즉, 78번째 수로 곧바로 승리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승리한 이후 대국을 되짚어 보니 78번째 수가 알파고를 당황하게 했던 결정적 신의 한 수임을 뒤늦게 깨닫게 된 셈입니다. 이세돌은 대국 판에 올라간 180개 모든 수에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두었던 한 수가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내게 78번째 수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그 수가 내게 큰 효과가 없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내게도 그 수가 찾아올 거라는 확신, 그리고 만약 이미 그 수가 지나갔다면 내가 남겼던 작은 씨앗이 언젠가는 이 시합을 승리로 역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 모든 수에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성공은 노력의 편을 들어주는 날이 올 겁니다. 그리고 아마 그건 169 팩토리얼이라는 엄청난 수를 예측하는 알파고마저도 손쓸 수 없는 '신의 한 수'로 기억될 겁니다.
내가 두는 수에 확신을 가지고 내 길을 개척해 나간다면 결국 내 인생에 남은 모든 발자국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