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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강 Nov 14. 2024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30> 2024. 11. 14.(목)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7시 30분쯤 딸네 집에 도착했다. 오늘은 수능이 있는 날. 딸내미가 10시까지만 출근하면 되기 때문이다. 손녀딸이 깨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손녀딸은 제 침대에서 콜콜 자고 있었다. 이불을 안 덮고 엎드려 자고 있길래, 이불을 꼭꼭 덮어주고 나왔다.


  거실에서 아내와 나 그리고 딸내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손녀딸이 뭐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내미와 내가 갔더니, 제 엄마한테 이불을 덮어 달라고 한다. 어느새 이불을 차내 버렸나 보다. 딸내미는 이불을 덮어 주고 나가고 나는 손녀딸 옆에 손녀딸 손을 잡고 누웠다.


  문득 오늘은 어린이집 등원을 좀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수목원 체험 활동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왔다. 8시다. 딸내미는 손녀딸과 바이바이를 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본격적으로 손녀딸 등원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아내가 준비해 준 밥을 먹이고 있는데, 손녀딸이 책을 읽어 달란다. 책 두 권을 읽어 주면서 틈틈이 밥을 먹였다. 다행히 요즘은 밥을 잘 먹는다. 준비한 한 그릇을 다 먹었다. 과일은 손녀딸 스스로 잘 먹는 편인데, 오늘도 깎아 썰어 준 사과를 포크로 찍어 남김없이 먹었다.


  감기 기운과 중이염 증상이  아직 좀 남아 있어 호흡기 치료도 해야 하고 약도 먹여야 했다. 호흡기 치료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했는데 손녀딸이 오늘 고른 프로그램은 '달님이'였다. 우리말 버전이다. 나는 처음 보는 프로그램인데 손녀딸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호흡기 치료를 할 때 손녀딸은 "이상한 냄새가 나."라고 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호흡기 치료를 잘 받았다. 호흡기 치료에 쓰는 약이 달라졌는데 내가 맡아보아도 약간 냄새가 났다. 그런데도 치료를 잘 받았으니 참으로 기특한 우리 손녀딸이다. 감기약도 단번에 잘 먹었다.


  옷 입고 양치하고 얼굴 보습 하는 등의 어린이집 등원 준비기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애착 인형 보노와 몇몇 캐릭터 인형들을 데리고 차를 타러 내려가려는데, 손녀딸이 안아 달라고 한다. 웬만하면 걸어다는 게 좋을 텐데, 우리 손녀딸은 걸핏하면 안아 달라고 한다. 어린이집 등원 길만 아니면 안아 주지 않고 걸어가게 하련만 아침에는 그럴 만한 짬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손녀딸을 안고 차로 향했다.


   어린이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오늘도 손녀딸과 아내의 역할 놀이가 한창이다. 역할 놀이를 하는 손녀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나의 귀를 즐겁게 한다. 딸네 집에서 어린이집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손녀딸과 아내의 역할 놀이를 더 오래 보지 못하는 게 가끔 좀 아쉽다.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손녀딸은 어린이집 가방을 둘러메고 쏜살같이 어린이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내의 컨디션이 영 회복되지 않아 나 혼자 손녀딸을 하원시키러 갔다. 이런 때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조금 늦게 갔다가는 주차할 곳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3시 18분이다. 예상대로 주차 공간이 넉넉하다. 손녀딸 태우기 가장 좋은 곳에 주차를 했다. 괜히 뿌듯하다. 손녀딸은 대개 3시 55분쯤 어린이집 로비로 나온다. 30분 남짓 시간이 있다. 뭘할까 하다가, 어린이집 주변에 있는 제천 변을 산책하기로 했다. 


   손녀딸 하원 시간에 늦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산책한 다음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첫 엘리베이터로 손녀딸이 로비로 왔다. 유리문 밖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후다닥 밖으로 나온다. 나오자마자 가방을 벗어 나에게 주었다. 오늘을 딸내미가 좀 일찍 퇴근해서 어린이집 옆 놀이터로 오기로 했다. 손녀딸과 놀이터에서 놀다가 딸내미가 오면 나는 집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손녀딸을 데리고 옆 놀이터로 갔다. 어, 그런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내가, "순돌아, 비 온다."라고 하자 손녀딸 왈, "비, 안 보이는데요."란다. 손녀딸은 아직 빗방울을 맞지 않은 모양이다. 빨리 미끄럼을 한 번 타라고 했다. 손녀딸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데, 이제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차로 갈 수밖에 없었다. 차에 가더니 손녀딸은 차에 있던 비타민 사탕 하나를 내게 건네며 껍질을 까 달라고 한다. 하얗고 동그란 비타민 사탕을 들고 손녀딸은, "이거, 달님이야."라고 말했다. 내가, "아,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 주니 손녀딸은 비타민 사탕을 입에 쏙 넣더니 "이제 달님은 없어."란다. 비타민 사탕 하나 먹으면서도 손녀딸은 제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비타민 사탕을 다 먹고 손녀딸이 좀 심심해하는 것 같기에, 준비해 간 크래커를 주었다. 손녀딸이 좋아하는 간식이다. 손녀딸은 크래커 하나를 손에 들더니, "이것 참 폭신해."라고 말하며 냠냠 맛있게 먹는다. 목일 메일까 봐, 준비해 간 따끈한 물을 건네주었다. 그랬더니, "감사합니다."라고 아주 공손하게 말하는 게 아닌가. 무언가를 주었을 때 손녀딸이 이렇게 공손하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기는 처음인 듯하다. 어린이집의 교육이 효과를 발하는 것일까?


  그때 딸내미 차가 어린이집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손녀딸을 딸내미 차로 옮겨 태우고, 애착 인형 보노와 아침에 손녀딸이 가지고 온 캐릭터 인형도 잊지 않고 딸내미 차로 옮겨 실어주었다. 손녀딸에게 크래커를 집에 가지고 가서 먹겠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밥만 먹고 크래커는 더 이상 안 먹겠단다. 참 기특한 소리를 한다. 언제 또 마음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딸내미 차가 어린이집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내일은 사위가 회사를 쉬는 날이라 우리 부부는 하루 휴가를 얻었다. 나도 어린이집 주차장을 빠져나가 집으로 향한다.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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