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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강 Dec 11. 2024

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38>  2024. 12. 10.(화)

오늘 손녀딸은 '엄마'를 부르며 잠에서 깼다. 어제는 '할머니'를 부르며 깼고 언젠가는 '할아버지'를 부르며 깼다. 손녀딸의 머릿속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그때그때 다른 사람을 부르며 깨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잠에서 깨면서 울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손녀딸이 그만큼 자랐다는 징표이리라. 손녀딸의 소리를 듣고 아내가 달려갔다. 곧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올 줄 알았는데, 어째 조용하다. 손녀딸이 다시 잠들었나 보다.


  시간이 꽤 흘러 7시 30분쯤 되었을 때, 손녀딸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이제 거실로 나오려고 하나 보다 싶어 손녀딸 방으로 갔다. 바야흐로 아내가 손녀딸을 안고 나오려고 하는 참이었다. 아내가 안기에는, 손녀딸 제법 무거워진 터라 얼른 내가 손녀딸을 안고 거실로 나왔다.


  손녀딸이 추울세라 이불로 꼭 감싸안고 나왔다. 내 품에 폭 안긴 손녀딸은 거실 등 때문에 눈이 부신지 눈을 꼭 감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첫눈이의 커다란 침대>라는 책을 읽어 준 다음, 책을 더 읽어 주려고 했는데 이제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고 했다.


  텔레비전을 보게 하면서 밥을 먹였다. 어제 아침과 메뉴가 같다. 딸기, 바나나, 사과로 구성된 과일 한 접시와 소고기 뭇국에 만 밥 한 그릇. 손녀딸은 물리지도 않고 잘 먹었다. 밥 한 숟가락 정도만 남기고 다 먹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 방으로 와다다다 달려갔다. 잠시 후 손녀딸은 제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나타났다. 텔레비전 속 누군가가 그렇게 했나 보다. 장난꾸러기 손녀딸 덕분에 아내와 나는 한바탕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집에 가려고 신발을 신을 때면 손녀딸을 꼭 할머니를 부른다. 아내가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 주인을 찾는 것처럼 하면서 신발을 신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발을 신는 게 퍽 재미있나 보다. 내가 별말 없이 신발을 신기려고 하면 단호히 거부하며 할머니를 부르곤 했다. 오늘도 영락없이 손녀딸이 할머니를 불렀다. 아내가 하얀색 털 부츠를 신기려고 하자, 손녀딸은 "할머니, 빨간 구두를 신겨야지!"라고 한다. 그렇다. 신데렐라라면 털 부츠가 아니라 구두를 신어야 맞다. 유리 구두가 아니고 빨간 구두라도 말이다. 그렇게 빨간 구두를 신고, 손녀딸이 '젤리 카'라고 이름 붙인 경차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손녀딸과 아내의 역할 놀이가 시작되었다. 손녀딸의 역할 놀이 대사는 늘 나를 놀라게 한다. '저런 말은 어디에서 배운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을 쓰는 지금, 손녀딸이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생각나지 않아 못내 아쉽다.



  

  오늘도 딸내미가 일찍 퇴근한다고 한다. 손녀딸 하원 시간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아, 딸내미에게 일단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등원길에 우리 차에 놓아둔, 손녀딸의 애착 인형 보노를 딸내미게게 건네주면 오늘 일과는 마무리될 듯하다. 이틀 연속, 이른 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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