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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소쭌구리 Apr 15. 2023

'오지랖'이 사라졌다.

요즘 시대 관계 맺는 방식

‘오지랖’이 사라졌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오지랖이 불편하고 무례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오지랖의 뜻은 웃옷의 앞섬이다. 따라서 ‘오지랖이 넓다’라는 관용 표현은 가슴이 넓어 다른 사람을 잘 포용한다는 뜻이라고 하다. 하지만 요즘은 쓸데없는 참견 또는 주제넘는 무례함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 지금 사회가 선호하는 관계 맺는 방식은 오지랖이 아닌 ‘다정한 무관심’이다. 


 ‘다정한 무관심’, 서로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 요즘 권장되는 관계 맺는 방식이다. 물론 편하고 좋다. 괜히 참견했다가 책임질 일도 안 생기고, 민감한 대화 주제를 꺼냈다가 얼굴 붉힐 일도 안 생긴다. 하지만, ‘다정한’ 같은 따듯한 수식어를 붙였다 한들, 무관심은 무관심이다. 서로가 무관심한 관계만 주로 맺는 사회는 다정하고, 의지가 되는 형태일 수 없다.

 

 최근 다정한 무관심으로 맺은 관계 속에 있으면서 다시 한번 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세 달 전부터 나가고 있는 조기축구팀이 있다. 팀원들과 매일 본 건 아니지만, 이쯤 되니 사람들과 얼굴도 익고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누게 되었다. 회식도 하며 우리가 뛴 경기부터 공통된 취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팀원들 중 그 누구의 학교나 회사도 모른다.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는 당연히 알 리 없다. 그냥 단순히 모여서 축구만 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만 나누는 비즈니스적 관계에 머무는 것이다. 편하지만 가볍고, 다정하지만 차가운 관계. 이런 관계들이 모여서 사회를 이룬다면, 그 사회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점점 의지하며 속마음을 터놓을 곳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살아간다. 이젠 ‘다정한 무관심’보단 ‘느긋한 오지랖’을 부리며 사는 건 어떨까 싶다. 사실 우리가 힘을 얻고 의지하는 관계는 가족이나 단짝친구처럼 나의 모든 걸 알고 참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느긋한 오지랖’을 부리며 서로가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다정한 무관심으로 맺은 관계보다 훨씬 더 서로에게 다정한 관계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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