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0년대 국제학교를 다녔다
교육부와 경기도, 평택시는 고덕 산업단지(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주재원 가족과 다문화 가정의 교육 환경을 위해 국제학교를 유치한다고 발표했다.
내국인 일부 입학도 허용될 예정이다.
출처: 교육부·경기도 보도자료, 2025.6.13
‘국제학교’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지만, 법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다.
외국인학교 : 외국 국적 또는 일정 조건의 재외국민 자녀만 입학 가능
국제학교 : 외국 커리큘럼 운영, 내국인 일부 입학 가능
국제반/특성화 : 국내 교육과정 기반, 영어 강화형
출처: 교육부 외국인학교 운영지침, 한국교육개발원(KEDI) 자료
고덕 신도시의 국제학교 설립 뉴스를 빌려 개인적인 경험을 조금 꺼내고 싶다.
나는 3살부터 약 7년간 태국 방콕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녔다.
태국 최초의 IB 전 과정 인증 국제학교로, 당시에도 50개국 이상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완전한 다문화 환경이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됐고, 영어는 단순한 교과가 아니라 일상 전체를 구성하는 언어였다.
나에게 영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생각하고 노는 방식이었다.
너무 어렸기에 사실 ‘외국어를 배운다’는 인식조차 없었다.
나의 성향과 부모님의 지원으로 초중고 내내 영어를 계속 쓰고 즐겼다.
한국 내 입시와 취업 과정에서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 토익은 준비 없이 봐도 990점
• 오픽은 준비 없이 봐도 AL
• 토스는 준비 없이 봐도 200점
• 교환학생 시 어학 부담 없음
• 지금도 회사에서 영어를 실무에 사용하며 불편함 없음
이건 어떤 특출 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어릴 적 언어가 ‘삶’이었던 시절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교 보내서 결국 얼마나 잘됐는데?”
나는 전문직도 아니고,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냥 일반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부모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겨우 영어 하나 잘하려고 국제학교를 보내야 해?”
아주 타당한 질문이다.
아이의 성향도 중요하고, 환경도 중요하다.
같은 국제학교라 해도 아이마다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나는 너무 어렸기에 국제학교 인맥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도 없다.
결국 나에게 남은 건 그때 몸으로 배운 언어 감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뿐이다.
그게 특별한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 시절 나는 세계를 다르게 보고, 나를 다르게 표현하는 훈련을 했다.
정보라는 것을 1차 언어로 받아들이고, 문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언어는 시험의 대상이 아니라 내 사고를 움직이는 구조 그 자체였다.
그 경험이 내 인생을 화려하게 만들어주진 않았다.
직업적 성공으로 바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내 생각의 방식, 세상을 보는 틀 속에는 그 시절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국제학교라는 공간이 줄 수 있는 진짜 가치라고 나는 믿는다.
다만 그것이 아이마다 어떻게 자리 잡고 어떤 결로 이어질지는 정말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게 직업적 성공으로 직결되진 않더라도,
아이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고덕에 들어설 국제학교가 단지 영어 수업을 많이 하는 곳이라면 영어 학원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른 언어, 다른 사고, 다른 문화를 일상으로 체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건 진짜 국제학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학교라면 비로소 부모가 기대하는 “투자할 만한 가치”를 가질 수도 있다.
본 시리즈는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개인 경험에 기반한 글입니다.
1990년대 태국 방콕에서의 경험은 현재와 다소 다를 수 있으며,
특정 제도나 기관에 대한 평가가 아닌, 개인의 회고와 성찰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