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유 Apr 04. 2023

웹소설을 쓰게 된 이유: 저도 월루 좀 하고 싶어서요.

혹시 외부 인터넷을 아시나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괴로울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일이 넘쳐날 때? 모르는 업무가 던져졌을 때? 전부 틀렸다. 바로 할 일이 없어도 너-무 없을 때다. 딴짓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데, 할 일이 없다면 그거만큼 사람 미치게 하는 게 없다.


내가 딱 그랬다. 자그마치 몇 주를 그렇게 보냈다. 월루는 커녕 인터넷조차 외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야 사용 가능한 극한의 보안. 이 회사에서 딴짓이란 허용될 수 없는 단어였다. 몰래몰래 핸드폰을 할 수야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핸드폰 하다 걸리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는 극한의 효율충이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었고, 지하철을 환승할 때도 가장 빠른 루트를 꿰고 있는 사람. 한 마디로 시간이 남아도는 꼴을 못 보는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다 하고 나면 꼭 1~2시간이 남았다. 급한 성격 탓이기도 했고, 빠른 손 덕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할당량을 다 마치고 나면, 직업 특성상 더 일을 할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당연히 퇴근도 못 하니 6시가 될 때까지 꼼짝 못 하고 멍 때리기만 해야 하는 거다.


그 시간을 대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문득 글쓰기가 떠올랐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지독한 활자 중독이었다. 귀여니 시대의 인터넷 소설부터 해서 판타지 소설, 최근에는 웹소설까지. 닥치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물어보면 20대 후반이 된 지금도 '해리포터'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판타지 덕후가 바로 나였다. 그런 내게 오랜 꿈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세계관 만들기.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예상치 못한 순간, 전혀 예상치도 못한 회사라는 공간에서 이뤄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도 상상은 자유였다. 상상하기라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멍 때리던 시간이 상상으로 가득 찼고, 그 상상이 점차 이야기로 발전했다. 그 이후로는 상상도 못 했던 세계가 펼쳐졌다. 출퇴근 시간에도 상상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는 핸드폰에 메모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폰도 못 꺼내는 만원 지하철에서도 오로지 상상만은 가능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웹소설 희대의 명작을 아는가. 지하철이라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에서 상상치도 못할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 읽었을 때는 한동안 지하철 탈 때마다 흠칫할 정도였으니 뭐 말 다 했지. 매일 똑같이 끔찍했던 지옥철도 이야기의 배경이 되니 색다르게 느껴졌다. 가끔은 상상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하철에 낑겨있으면서도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퇴근 전까지 틈틈이 스토리를 구상하고 집에 오면 바로 노트북을 켰다. 하루 종일 쌓아둔 이야기는 손끝에서 글이 되었다. 웹소설 한 편이 5천 자인데, 매주 5편씩 꾸준히 1년 넘게 쓸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 있었다. 하루 종일 상상한 덕분에 한글 파일만 켜면 바로 글을 쓸 수 있었다. 뭘 써야 하지 망설일 이유가 없었으니까.




글을 써본 분들은 공감할 텐데, 글감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나타난다. 노트북 앞에서 몇 시간을 앉아있어도 찾아오지 않던 영감이 샤워하다가, 아니면 출근길에 마주한 광고판을 보다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한다. 그리고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건 '어떻게 쓰지'가 아니라 도대체 '뭐 쓰지'다. 쓰고 싶은 얘기가 넘쳐났기에 퇴근하고 글 쓰는 순간이 너무 기다려졌다.


그렇게 나는 웹소설 작가가 되었다.


월루를 하지 못해서 시작한 상상이 날 작가로 만들어졌고, 인생이 달라졌다. 처음 글을 구상하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출판사와 계약에 성공했고, 유료 연재 심사를 통과했다. 그렇게 나는 첫 작품으로 소위 말하는 월 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보다도 더 중요한 건 바로 글 쓰면서 얻게 된 만족감이었다. 정말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장인은 온전히 자기 것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프로젝트를 맡아도, 성과를 내더라도 그게 내 것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글쓰기는 다르다. 내가 쓴 글은 전부 내 것이 된다. 상상이 모여 이야기가 되고, 그게 온전히 내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간다. (비록 필명일지라도)


나만의 창작물을 가지게 된다는 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함을 선물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친다. 직장인이여, 글을 쓰자고. 퇴사하고 싶다면 일단 글부터 한번 써보자고. 혹시 아는가, 당신에게도 새로운 길이 펼쳐질지.


더 많은 사람이 이 짜릿함을 느끼도록 내가 초보 웹소설 작가로, 그것도 겸업 작가로 겪었던 생생한 팁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그러면서 나도 같이 성장하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