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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국 Apr 25. 2023

트러커의 오디오북 : 겸손에 대해


조수석에 탄 사람 : 손흥민
들려준 이야기 :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현시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아닐까 싶다.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른 사람이자 그 분야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면 그의 글재주가 어떠하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든 간에 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마음 가짐으로 자신의 본업에 임할까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 역시 너무 사랑하는 축구라면 더더욱 듣고 싶었다.


월드클래스

 축구 리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책 속에 덤덤하게 쓰인 도전과 성공의 내용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소름 돋는 것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

 영화로 비교하자면 끝내 유명한 감독은 되지 못하신 아버지 밑에서 영화 공부를 하다가 집에서 만든 독립 영화로 깐느에 가고 베를린 영화제에 가고 꿈에 그리던 배우들, 감독들이랑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아카데미에서 감독상까지 받은 정도인 것 같다. 이번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했으니 말이다.

 말하고 보니... 봉준호 감독님 커리어 하고 겹치네. 그래, 손흥민은 축구계의 봉준호 인 것 같다.


더 높이 갈 수 있는 방법

 그렇게 그가 한 단계씩 격파하며 올라갈 때, 그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님이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교육하셨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겸손이었다.

 데뷔골에 절대 들뜨지 않게, 세상의 주목에 휘둘리지 않게, 지나친 좌절에도, 지나친 기쁨에도 빠지지 않고 축구공만 볼 수 있게 옆에서 도우신 모습이 묘사된다.

 일례로... 손흥민 선수가 국제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선수단과 소소한 파티를 가졌을 때,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나는 내갈길 가겠다, 이런 식이면 어차피 다 망할게 뻔하다는 식으로 말씀하신 대목은 놀라웠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에게 이렇게 들뜨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렇게 아들의 집중력을 붙잡아 줄 수 있는 손웅정이라는 사람이 대단해 보였다.

 아들의 성공에 부모인 자신도 들뜰 법 하지 않나. 그런데 다 그만두자니. 그 겸손이 너무 부러웠다. 이미 정상에 섰으면서 그 옆에 구름에 가린 더 높은 정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덕목은 다름 아닌 겸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자에게 있어서 산을 내려온 후, "아, 더 오를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는 없을 것만 같다.  오죽하면 웹상에 떠도는 손웅정 감독님의 유행어가 "절대 월드클래스 아닙니다."일까. 겸손과 더불어 지금 보다 더 높이 올라갈 곳이 남았다는 뜻이셨겠지.




트럭을 타고 이 오디오북을 듣는 동안...

만약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천금과 같은 기회가 온 적이 있다.

천만 원이 넘는 돈으로 마음껏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

다행히 내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로 25분이 채워졌지만

겸손에 대해 더 잘 알고, 난 아무것도 아니며, 

지금 상황은 두 번 만나기 너무나 어려운 값진 기회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때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쪼록, 이 책 덕분에 지난날의 교만했던 나를 반성하게 됐고...

다시 만날 기회를 기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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