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홍콩국제라이선싱쇼 다녀왔어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고성장 분야다. 오래전 상상만 했던 AI도 어느새 빼놓고 논할 수 없는 기술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web3, 블록체인 신기술이 발전하며 지각변동이 가까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업무로 방문한 건 두 번째다. 2019년에 홍콩 국제 라이선싱쇼에 부스를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올해 다녀왔으니 벌써 6년이나 지난 셈이다. 그 사이에 콘텐츠 라이선싱 시장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트렌드 조사와, 참가 기업과의 미팅 겸 다녀오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일단 전체 부스 수가 줄어들었다. (전날 갔던 홍콩 내 다른 박람회는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아, 유입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
대신 '개인 작가' 부스 비율이 상당 부분 늘어났다.
(이 부분은 한국 캐릭터라이선싱페어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국내는 B2C 중심이라 캐릭터 상품을 팔거나 이벤트를 주류로 한다면, 홍콩은 라이선싱 및 B2B 박람회인지라 개인 참관이나 판매는 하지 않는다.
자체 콘텐츠를 홍보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고 기존에 개발한 캐릭터 상품을 소싱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곳들도 종종 있었다. 대부분 중국 부스이며 일부 홍콩, 정말 극소 일본, 베트남 기업들도 있었다. (한국은 거의 없음) 전날 갔던 다른 박람회도 대부분 중국 회사들이었기에, 영어+중국어 기반의 소통이 일상적인 분위기.
중간중간 쉬어가며 부스를 천천히 둘러본 결과, 3가지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1) 뭐 하는 회사지?
첫 번째,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 곳인지 표시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외국인의 입장으론 회사 이름만으론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수많은 부스를 다 물어보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라이선스라고 해도, 유통사도 있고 콘텐츠 제작사 등등 여러 세 분류가 있을 것이다. 기업별, 참여자별 성격과 목적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즉시 비즈니스 미팅이 이뤄지기는 아주 낮은 확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나 라이선싱 모델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베네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호 간의 목적과 목표가 분명할수록 현장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게 많아진다.
2) 부스 세일즈는 전략
두 번째, 콘텐츠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어떤 식으로 바이어를 응대해야 하는지, 무슨 강점을 보여주면 좋을지'와 같은 부스 운영 전략 부분이 아쉬웠던 곳들이 종종 있었다. 이 부분은 내가 부스를 참여할 때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관람객이 되어보는 것 같다. 막상 준비할 때는 몰라도 참여해 보면 다르게 보인다는 점...!
3) 캐릭터 수익화는 또 다른 기회
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창작과 수익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이렇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다른 기회가 열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즈니스의 영역'에서 고민이 더욱 늘어날 거라 여긴다.
나도 1인 캐릭터 크리에이터로 시작했기에 귀염 뽀짝한 행사들을 많이도 다녔다.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 조금씩 분야가 넓어지며 팀원이 늘고, 법인 회사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지나왔다. (지금도..^^;)
과거나 지금이나 콘텐츠를 수익화로 만드는 여정은 만만치가 않다.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오답일 수 있는 게 어렵게 느껴지다가도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영원한 비즈니스는 없지 싶기도 하다.
변화에 살아남는 종이 가장 강력한 종이라고 하지 않나.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고민을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신기하게도 나와 같은 고민을 남들도 똑같이 하더라는 거다.
"이게 정말 맞는 걸까?"하고 말이다.
생각해 보면...
콘텐츠를 창작한다는 것은 일정 부분 '나를 꺼내놓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내 마음대로' 만드는 것 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즉각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수치가 마치 나를 대변하는 것인가 가끔 헷갈리기도 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시간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경험, 성과를 낸 순간들이
100번이었을지라도, 1개의 악플이 강렬하게 남는 것이 사람인지라...
그 순간만큼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회의감에 빠져든다.
→ 이 일을 '왜' 하고자 하는지,
→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분업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 일로 얻는 가치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 지켜야 할 부분과 조금은 내려놔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 어떤 부분에서 효능감을 느끼는 건지,
→ 내가 궁극적으로 해내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 얼마를 벌고 싶은 건지,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은
내가 만드는 캐릭터만 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나는 돈도, 효능감도 중요한 사람이라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가끔 돈과 효능감이 동시에 있는 일을 만나면 행운이라 여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사람들이 해달라는 일, 원하는 주제 그게 수익으로 전환된다면 돈이 되는 일이고.
내 생각과 조금 다르다면 내가 좋아하는 (효용감을 느끼는) 일을 사이사이에 스몰 프로젝트처럼 만들면 된다.
홍콩에 다녀오면서 덕업일치라는 생각을 했다. 체력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다. (행사를 2개 돌았다. 부스만 500개 이상 봤으니..) 관광할 여력조차 없는 에너지였으나 정신적으로는 충전되었다.
어딘가 뾰족한 답이 있을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 같을 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 찾아 헤매는 느낌이 들 때. 그때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는지, 본질을 파악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결국 꾸준함이라는 것은 '그만큼 많이 해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치 아닐까?
때때로 생각 밖의 결과를 얻게 될지라도
얻어진 결과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한다.
올해는 감사하게도... 해외 비즈니스 기회가 연달아 생긴다.
홍콩에 이어 2025년 7월에는 도쿄 XR 박람회에 부스 참여하게 되었다.
준비 과정부터 현지 비즈니스까지 하나씩 담아 시리즈로 준비해보고자 한다!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