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라는 환상

by y marketing memo

내게 감정이란 환상의 영역이다. 환상이란 무엇일까. 무지해서 가늠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한다면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내겐 어렸을 때부터 봐온 친구들이 많다. 햇수로 4년 정도 했던 첫 연애는 많은 친구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나를 좀 더 중심으로 두라며 진심을 담은 편지를 써준 친구가 있었다. 난 아무렇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니 속상하다며 대신 펑펑 울어준 친구도 있었다. 이러다 정말 결혼할까봐 무서웠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친구들의 이런 모습을 본 나의 감상은 충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사자인 나도 겪지 못하는 것들을 느꼈다는 것에서 오는 충격. 물론 내가 괜찮다면 문제 없는 것이지만 속상하다며 울어주는 친구들 앞에서는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아, 이거 지금 내가 속상해야할 상황이고 나를 아끼는 방향이 아니구나.'하고 헤어져야할 이유로 추가해 관계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경계하는 느낌이 있다. 바로 원래 알던 나를 잃어버리는 감각이다. 이성적이던 내가 비이성적으로 굴거나 체계적이던 내가 충동적으로 구는 것들 말이다. 연애를 할 때면 이 감각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클 수록 빈도 또한 정비례했다. 그럴 때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놓고 후회하길 반복했다. 아마 주변의 평가들도 이런 나의 낯선 모습때문에 생겨난게 아닐까 짐작한다. 평소에는 감정에 잠식되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겠다. 나는 내 감정을 인지하지 못해서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할일을 미루게 되는 이유는 좋아하는 상대와 더 함께 하고 싶어서인데, 그걸 나의 게으름으로 치부하고 나를 잃는 감각으로 여긴 것이다. 나는 왜 이럴까 반성 성찰의 연속이었다. 인과관계 따지길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감정을 원인으로 여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내 감정을 인지조차 못하니 모든 나의 행동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며 논리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게 박해지고 만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다보니 감지하는 센서도 둔해진 것이다. 둔한 센서는 내면에 한정된다. 타인의 감정은 너무 빨리 파악할 수 있어 종종 외면할 정도로 예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역지사지란 나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감정의 가치를 깨닫고서는 감정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마음속 작은 느낌만으로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직접 손으로 쓰며 형용하면 감정이 선명해지고 속이 시원해진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이 바로 감정이란 환상이라는 것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열렬히 느껴야만 될 것 같은 같은 환상. 역치가 높은 나는 무감정한 사람인 것만 같아 의심하게 되는 비참함. 지금까지 내게 감정은 이랬 던 것 같아 반포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 면밀히 바라보고 내 역치에 집중한다면 내게 감정이 환상의 영역이 아닐 수 있다. 늘 명심할 것은 기준은 나라는 것이다.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놓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감정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 공부해야할 것 중 하나이다. 며칠동안 맴도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약속 전 급하게 써내려간 생각이다. 나중에 더 깊이 생각해보고 정리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