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소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 술들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막걸리만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방부처리된 막걸리들을 한국 마트에서 살 수는 있지만, 이런 대량생산 막걸리에서는 생막걸리의 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재료: 찹쌀 1kg, 누룩 100g (H마트에서 구입), 물 1.5L
전날밤에 쌀을 불려놓고 다음날 물기를 뺀 후 압력밥솥에 평소보다 적은 물을 넣고 밥을 했는데, 고두밥이 아니라 떡 같은 찰밥이 돼버렸다. 일반쌀인 줄 알고 밥을 지었는데 알고 보니 찹쌀을 쓴 것. 10인분이나 했는데 하는 수없이 냉장고에 넣어 나중에 밥으로 먹기로 하고, 막걸리용 밥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압력밥솥으로도 물을 조금만 넣고 하면 고두밥이 될 줄 알았는데, 요즘은 밥솥 기술이 좋아서 그런지 물양과 상관없이 비슷한 퀄리티의 밥이 돼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시도에는 압력밥솥이 아니라 일반 냄비에 찜으로 밥을 했다.
찹쌀 고두밥을 짓기
- 찹쌀을 쌀알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조심 씻어서 8시간 이상 물에 불린다. (어디서 보니 아이 머리감기 듯이 쌀을 씻으라고)
- 체에 넣어 30분 이상 물기를 뺀다.
- 그렇게 준비한 찹쌀을 찜기에 넣고 불을 올린 후, 수증기가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40분간 찐다.
- 불을 끄고 20분간 뜸을 들인다.
이번에는 고두밥이 아주 잘됐다. 역시 찜기로 밥을 해야 고두밥이 제대로 되는구나. 이렇게 만든 고두밥을 3시간 정도 실온에 두고 식혔다.
차갑게 식은 고두밥을 미리 준비해 둔 미리 준비해돈 물누룩과 잘 섞었다. 물누룩은 누룩 100g에 물 500ml를 넣어 불려두면 된다. 고두밥과 섞으며 물 500ml를 더 넣었다. 고두밥과 누룩을 섞어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밥과 누룩이 잘 섞여야 발효가 잘 된다.
이렇게 섞은 고두밥 + 누룩 + 물을 열탕소독 해둔 유리병에 넣고 면포로 입구를 막은 후 뚜껑을 살짝 올려뒀다. 면포는 미국에서 어떻게 구하나 이것저것 검색해 보다가 Cheese Cloth가 딱 좋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존에서 평 좋은 치즈용 면포를 구입.
1-2일에 한 번씩 저어주며 6일을 발효시켰다. 4-5일째부터 술 냄새와 살짝 달달한 냄새가 동시에 난다. 6일째에 보글보글 기포도 잘 일어나 준비가 된 듯 보여서 이제 거르기로 했다. 치즈용 면포를 이용해 막걸리를 걸러줬다. 맛을 보니 요구르트 비슷한 맛이 난다. 물 500ml를 추가한 후 잘 닦아 소독해 준 주스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
다음날 일단 두병 중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다. 알콜도수가 약하고 신맛이 너무 강하다. 막걸리 처음 담글 때 망하는 가장 흔한 경우가 신맛이 강해지는 거라는데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도 김치전을 구워서 같이 먹으니 그냥 먹을 만은 했다.
남은 한 병은 친구들과 모임에 가져가 시음을 부탁했다. 한국식당에서 모였는데, corkage fee로 10불을 받았다. 파전과 칡 냉면 등을 시켜놓고 마셨는데 반응은 "악 이거 왜이렇게 셔." 나는 그래도 마실 만했는데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해봐야 정확한 평을 알 수 있나 보다.
유튜브에서 찾은 막걸리가 시어지는 이유 3가지 (술익는 집 유튜브)
1) 온도: 25도를 넘어가면 술이 시어질 수 있다. 25-30도 사이에서는 젖산균이, 30도 이상에서는 초산균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2) 밥: 고두밥이 제대로 익지 않으면 술이 시어질 수 있다. 밥을 찔 때 수증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
3) 잡균: 술을 만드는 모든 도구들을 철저히 소독하지 않으면 잡균이 들어가 술을 망칠 수 있다.
첫 번째 찹쌀막걸리 시도는 실패. 아직 갈길이 멀다. 일단은 제대로 공부 해보기 위해 "한국 전통주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종이책으로 사고 싶었지만 미국에서 한국책 사기가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