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경계와 프레임 사이 (3) : 인터뷰
아, 그래요. 사실, 나의 공간을 내주었을 땐 진심도 함께 내준 것이었지요. 관계의 온기를 믿었을 땐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어요. 하지만 공간도 시간의 지배를 받는 것 같아요. 그 선상에서는 당신의 진심이었겠지만, 시간이 흐르니 진심은 책임으로 변질되었어요. 하지만 동정을 바라지 않아요. 내 몫의 고난은 온전히 내 거니까요. 희생이 아니라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까요. 그저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가는 고유한 여정이잖아요.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라고 불쌍한 건 아니거든요. 응원과 지지는 원하지만, 그렇게 아프게 말한다면 난 정말 슬프답니다.
엄마가 되고 제법 오랜 친구였던 이가 저에게 물었죠. 난 너를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가 아닌 친구로 보았다며. 널 <발달장애아의 엄마로 대접>해주길 바랐냐?라고 마지막으로 반문하더라구요. 사실 그 친구만큼은 날 이해할 줄 알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구가 그 말을 했기에> 가장 절 상처 입혔어요. 다른 이가 했더라면 무심했을 말이 가장 아픈 칼이 되어 내 심장을 조각냈지요. 화가 나지만, 그저 관계를 잘라냄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 할 일이 많거든요. 싸울 에너지가 없어요. 대접은 커녕 배려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친구로 대한다고 해서 내 아이의 장애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이 아이의 엄마니까 나로써만 존재할 순 없어요. 이미 그 친구와 같은 고민을 나눌 수 없음을 잘 알아요.
나이와 성별을 떠나 우정을 나눌 수 있다고 믿은 이가 있었어요. 절 존경하고 응원한대요. 덕분에 건강해졌어요. 누구보다 잘해왔다고 스스로를 믿게 됐지요. 그 과정에서 응원을 주심에 감사했어요. 힘이 났어요. 하지만 마음은 어느 순간 휘발되나 봐요. 상호적인 진심 어린 응원이라 생각해서 인생의 한 조각을 내어주었는데, 제 착각이었나 봐요. 일부러 책임을 들먹이지 않아도 돼요. 당신과 그럴 관계 아닌 거 잘 압니다. 그저 순수한 진심의 순간에 더이상 머무르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
다시 나의 공간에 누군가를 둘 땐, 조금 더 조심해야겠지만, 닫지는 않을 겁니다. 좀 더 단단히 채워둘 뿐 다시 내어줄 때 조금 신중해질 거 같긴 하네요. <전 괜찮습니다.> 조금 화가 나서 튼튼히 쌓을 힘을 주었을 뿐이에요. 그들도 그 순간 저에게 힘이 되어 주었으니 <그저 고맙다> 하고 넘겨야지요.
옛 시절의 친구들이 그리워지네요. 아무것도 지킬 게 없는 시절 서로의 온기를 내어준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하지만 멀리있기에 그리운거를 알아요. 괜찮아요. 지금 이 순간 나를 안아주는 아이의 작은 손이 제겐 있어요. 서툴어도 무조건적인 온기를 나눠주는 작은 손이니까요. 그래요. <소중한 것은 여전히 제 옆에 있어요.> 비록 소중함이 버겁더라도 그게 제 여정이니까요. 정말 괜찮습니다.
photo by 인생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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