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복잡하고 답답했던 그해 겨울.
나는 너를 처음 만났다.
쭈뼛거리며 어색한 인사를 건네는 너는 무난한,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썩 모나지도 않았으나, 그렇다 할 매력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흥미롭다 느꼈던 건, 도저히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를 심심한 너의 삶 덕이었다.
나는 늘 만성적인 권태감과 씨름하던 사람이었다.
늘 자극적인 것을 갈망했고, 그래서 모든 순간이 짜릿했으나, 뒤돌아서면 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기를 반복했다.
그런 나였기에, 백지 같은 너는 이미 꽉 차버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정 지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즐거웠다.
나에겐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일상들에 눈을 반짝이며 함께하는 너는 어느새 나의 새로움이 되었다.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만 하던 내가, 과거의 나로 돌아가 다시금 즐거워지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매운 음식을 자꾸 먹으면 혀가 얼얼해져 더 이상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자극적인 것을 너무 쫓으면 더 이상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온전히 너의 덕이다.
사실 나는 떡볶이보다 말간 순두부를 좋아한다는 것도 말이다.
일전의 나는 끝없이 펼쳐진 잔잔한 물 위에 떠있는 작은 배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럴싸한 위기는 없지만, 절대 땅을 밟을 수는 없는, 그래서 망망대해에서 혼자 떠다니는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너는 내 바다가 되어있었다.
너는 나에게 살랑이는 파도를 선물했고, 나는 그 덕에 힘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를 항해하는 모험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