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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 On May 10. 2023

두 손 꼭 잡아준 그녀

나에게도 처음이 있었다.

약 십여 년 전, 요가강사가 되고 첫 수업을 시작하는 날. 새벽부터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잠을 자는 둥 마는 하고 일어나서 식사를 하려니 목구멍이 닫힌 듯했다.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시간은 여유로웠지만 집에 있으려니 심장이 두근거려 불안함이 몰려와서 일찍 집을 나섰다. 천천히, 천천히 걸으며 오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렸다. 두려운 마음과 함께 설렘이 공존하는 지금은 그동안 소망했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드르륵.

나무로 된 미닫이 문을 열고 조심스레 발을 들이는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귓전으로 울리는 내 심장 소리를 회원들이 들을까 걱정이 몰려왔다. '초보강사 티를 내면 안 되는데'쿵쾅거리는 심장처럼 붉어진 내 얼굴은 이미 초보강사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진정시키고 강단에 올라서서 회원들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20대부터 친정 엄마 정도 되는 분들이 수련을 준비하고 계셨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떠세요?" 수업을 망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며 회원들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수련실 공기에 흡수되는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마시는 숨에 폐가 확장되고 내 쉬는 숨에 수축이 되는 걸 느껴봅니다."

첫 동작을 시작하기에 앞서 요가호흡에 대해 설명했다. 초보강사인 나는 호흡에 대해 전문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맨 앞줄 회원은 내가 설명할 때마다 웃으며 반응해주었다. '아, 이 분과 대화하듯이 설명하면 되겠다.' 그분의 눈을 바라보았다. 미소를 지어주시는 회원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마시면서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내 쉬면서 상체를 숙입니다." 동작을 시작했다. '원, 투, 쓰리..."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회원들에게 호흡을 유도하면서 정작 내 호흡이 불안정함을 느꼈다.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세요"라고 말하고 수련실 뒤로 가서 벽을 바라보고 내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시 티칭을 했다.

긴장 속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수업을 마친 뒤 수련실을 나오는데 회원 한분이 따라 나왔다. 비어있는 옆 수련실로 나를 데리고 간 그녀는 내 두 손을 꼭 잡고 "선생님 하신 지 얼마 안 된 거 같아서 제가 조언을 해드릴게요"라고 했다. 무용단 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초보시절을 얘기했다. 긴장 속에서 했던 수업을 알아챈 그녀는 박자가 틀렸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언해 주는 말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내 부족한 부분을 말해주니 부끄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조용히 조언을 해 주신 그분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수련실 창문 너머로 매니저가 보고 있었다. 너무나 떨렸다. 부족함을 매니저에게 들켜 잘릴까 봐 두렵기도 했다. 매니저가 보고 있는 동안 난 억지미소를 지으며 회원과 대화를 이어나갔고 오히려 더 크게 박수까지 치며 큰소리로 웃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감추려 애쓸 때는 오히려 과하게 표현하게 되는데, 그날 내가 그랬다.

"선생님, 응원할게요" 대화 후 수련실을 나오며 그녀가 내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따뜻했다. 그제야 내 표정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무슨 얘기하셨어요?"라고 매니저가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어서 "제 수업이 너무 좋으셨데요"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 연습하자!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연습하자!' 그 뒤로 늘 새벽 6시부터 개인수련을 빠지지 않고 연습했다. 혼자 하는 연습은 힘들었다. 하지만 재밌기도 했다. 경험이 필요했던 나는 매니저에게 "대강수업은 무조건 저 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다. 수업의 스킬은 나날이 발전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는지 수업을 하나씩 하나씩 주기 시작해서 6개월 만에 전임강사가 되었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말의 힘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그녀처럼.

오늘 문득 그녀가 생각난다. 첫 수업하던 그날.






티티바사나

         초보시절 티티바사나하는 모습을 보니 이때 너무 잘하려고 애쓴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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