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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주리 Jan 26. 2024

깔딱수 10화 - 동생을 부탁해

매수 수요일 워킹맘의 고군분투 이야기  깔딸수 연재 중입니다. 

나에겐 동생이 3명 있다. 가난한 부모님은 어쩌자고 4명이나 낳아서 고생을 하셨을까? 우리식구 6명이 밖을 나가면 다 쳐다봤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나라에서 산아제한을 부르짖을 때 ' 너는 떠들어라 나는 아들 낳을 때까지 낳을란다.'  이렇게 귓등으로도 안 듣던 분들이다. 어릴 때 주변의 시선이 부끄러웠다. 내 친구들 중에도 형제 4명은 없었다. 가장 부러워했던 친구가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혼자 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먹을 거 입을 거 사소한 것으로 싸우지 않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전쟁 없는 평화만 있다면 행복하겠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4남매 중 첫째는 ' 언제나 동생들 잘 봐라!' 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어렸는데 어찌 동생을 잘 볼 수 있단 말인가? 당신들도 보기 힘든 자식을 말이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 막내 남동생이 자리를 못 잡고 떠돌 때였다. 아버지는 막내 좀 취직시켜달라고 했다. 아버지! 내가 뭔 백이 있다고 취직을 시킨답니까? 아버지는 내가 애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이 좋았나 보다. 그것도 애 낳고 다시 선생님을 한다고 하니 뭔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셨는지 막내를 부탁한다고 한다. 우선 우리 회사는 남자 교사가 별로 없다.  일부 엄마들이 집에 남자 교사가 오는 것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에 꼭 2~3집은 절대 남자가 집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집이 있기에 남자 교사들이 살아남기가 어렵다. 하지만 남자 교사가 한번 인기를 끌면 실적에서 탑을 찍는 건 일도 아니다. 정말 모아니면 도다. 막내는 모일까? 도일까? 

당시 우리 지국장님이 남자였다. 이분은 모 중에 모였다. 교사 생활도 짧게 하고 지국장 승진을 할 정도로 일을 잘 했다. 남동생이 우리 지국에서 필요할까요? 당연히 yes다. 입주 아파트가 쏟아지는 잠실 쪽 교사는 언제나 부족했기에 남자든 여자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니 일 잘 하는 교사 동생이라고 하니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떠냐고 한다. 면접을 보고 당연히 합격이다. 이건 뭐 뒤통수만 보고도 합격시켰을 정도였다. 남동생은 나랑 다르게 길고 가늘다. 심지어 얼굴도 작고 최강 동안이다. 나이가 마흔 될 때까지 편의점에서 민증 검사를 당했다. 그에 반해 내 얼굴은 상대적으로 노안이고 몸은 짧고 두껍다. 누가 봐도 남매가 아니다. 가끔 아들이냐고 하는 정신 빠진 사람도 있다. 7살 차이가 나는데 아들이라니 기분이 상당히 나쁜 녀석이다.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 그래서 팀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배정받게 했다. 

막내는 처음에 애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잘 생긴 남자 선생님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니 여기저기 소개도 들어오고 입회도 하고 열심히 일했다.  내 얼굴에 먹칠하지 않을 정도였다. 문제는 밤에 하는 회식이었다. 우리 지국에 젊은 남자 교사가 4명이나 있었다. F4는 아니지만 그래도 젊고 멋지게 생긴 그들은 밤마다 모였다. 젊은 애들이 모이면 조절을 못한다. 여기에 다른 선생님들이 끼어서는 판을 더 키웠다. 매일 밤 회식에 아침에 못 일어나서 출근을 못하는 거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몸은 힘들고 오전에 교육을 못 듣고 수업 준비는 엉망이고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신입교사라 월급도 적은데 어떻게 매일 술을 마실까 했다. 혼도 내고 회식도 하지 말라고 해도 그때뿐이었다. 결국엔 몸이 힘드니 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수업을 가서 하니 뭔 일이 되겠는가? 엄마들도 점점 수업의 질을 핑계로 그만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해야지 하는 맘도 없어 보였다. 결국 남동생은 1년 반을 겨우겨우 하다가 퇴사를 했다. 내속이 다 시원했다. 이놈은 '도'중에서도 '빽도'였다. 

피가 섞인 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일을 잘 하면 모르겠는데 진상 짓 하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한동안 이놈의 새끼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다. 엄마는 좀 더 데리고 있지 왜 그만두게 했냐고 속도 모르는 소리를 한다. 내가 저놈의 새끼랑 같이 있다간 내가 먼저 퇴사하게 생겼다고 성질을 부렸다. 아버지는 다른 일자리라도 알아봐 달라도 한다. 막내가 저 모양인 건 아들 하나라고 감싸고 돈 부모님 탓이다. 아무리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걱정된다는데 말릴 수가 없었다. 

다행히 막내는 다른 일을 찾아서 제 앞가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얼마전에 아파트 분양도 받았다. 내 눈에는 아직 모자란 막내이고, 개진상 교사였지만 밖에서는 아닌가 보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번듯하게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한시름 놨다. 그때 좀더 감싸주고 가르치지 못해서 미안하기까지 하다. 멀리 떨어진 다른 부서라 돌봐주지 못한게 오히려 잘된것인가? 가끔 막내는 그때 힘들게 일한게 살면서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누나들이 여태 그 일을 하는것이 존경스럽다고도 한다. 이녀석 이제 자기를 감싸줄 부모님이 안 계시니 정신을 차렸을지도 모른다. 극성맞은 누나 3명, 부인 등쌀에 아직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다시는 한식구랑 일하지 않겠다던 내 다짐은 여동생 이양을 급하게 불러오면서 무너졌다. 어른이 되고 좋은 점은 형제가 많다는 거였다.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면 지금 이일을 어떻게 했을까 싶다. 이양이 있어서 일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다. 가장 좋은 내편이 있어서 회사생활은 할만한 일이 되고 있다. 지금도 진행중이다.  

남은 이양 이야기는 다음에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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