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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주리 Jan 26. 2024

깔딱수 12화- 83세인 나도 공부하는데 너도 해봐!



사람마다 다 때가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16개월에 하기도 한다. 

또 그 시작이 83세인 사람도 있다. 


학습지 교사를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대부분 유아 5세에 시작해서 초등 3학년 사이에 가장 많이 시작한다. 공부를 시작할 적당한 시기는 없다.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거나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볼 때 선생님을 부른다. 물론 서점에 가면 많은 책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선생님을 불러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프로그램을 사고 선생님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어느 날 꽃보다 마흔 선생님이 문자를 하셨다. 83세 시어머니가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공부에 늦음은 없지만 83세 할머니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부산지국에 연락을 해서 담당교사를 보내달라고 했다. 물론 어르신 공부를 지도하는 것이 교사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아이보다 더 어렵기에 지속력이 떨어져서 다들 꺼려 한다. 감사하게도 부산지국에서 바로 담당교사가 가서 상담을 가서 수업 신청까지 했다는 것이다. 뭐가 이리도 빠른지. 소개한 사람에게도 부산지역 선생님에게도 감사드리는 마음이었다.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꽃보다 마흔 선생님이 블로그에 시어머니가 영어 공부 시작한 것을 이야기로 올렸더니 부산 라디오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단다. 생방송 출연을 좀 하자고 말이다. 그것도 부산영어방송국이란다. 83세 영어 공부를 시작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청취자들에게 귀감이 될 거 같다는 제작진 요청이 있었다. 당연히 인터뷰에 응하셨고, 떨림과 사전 준비로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걱정을 얼마나 하셨을지. 영어방송이니 영어로 해야겠지만 인터뷰는 한국말로 진행된다기에 한시름 놓으셨단다. 



시작하기 늦은 때란 없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지금이 오히려 공부하기 

제일 좋은 때다.

오늘이 시작하기 

제일 좋은 날이다.

83세 신정배 회원 인터뷰내용 


영어 공부의 시작은 가을 동창분들과 유럽여행을 가시는데 " 화장실이 어디죠?" 정도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냐였단다.  참 용기가 있는 어르신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여행 가면 분명 가이드도 있을 텐데 당신께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보겠다는 의지가 멋졌다. 그것도 학습지 선생님을 직접 불러서 배우겠다는 마음 쉽지 않은데 그것을 해내신 분이시다. 일흔 넘어서 찾아온 배움의 길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했을지 며느리인 선생님의 글에서도 감동이 넘쳐난다. 일흔에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시고 어머니 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까지 이수하셨단다.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이렇게 열심히 사셨던 어르신을 우리 회사에서 회원으로 모시게 된 것이 감격스러웠다. 


회사 홍보팀에 전화를 했다. 우리 회사엔 잡지가 있다. 열심히 공부한 어린 학생들 위주로 회사에서는 인터뷰한다. 그 내용을 사내 잡지에 올려서 다른 회원들을 독려하는데 쓰인다. 우리 성인회원을 인터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83세 회원 이야기는 회사 창사 이래 없었고 심지어 성인회원은 유례가 없기에 잡지에 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내가 가만있을 리가 없지.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꽃보다 마흔님 블로그랑 영어방송국 다녀온 이야기를 다 보냈다.  성인회원을 왜 우리 회사 잡지에 올려야 하는지 이유를 썼다. 담당자랑 계속 전화를 했고 담당 부서 팀장의 허락이 날 때까지 귀찮게 쪽지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우리 회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니어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거의 한 달 만에 떨어진 승인이다. 글도 며느리인 우리 꽃보다 마흔 선생님이 직접 쓰기로 하셨다. 


드디어 어제 잡지가 나왔다. 몇 달 만이냐. 혼자 감격해서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 아는 이야기인데 더 감동스러웠다. 우리 신정배회원님의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83세보다 어린 모든 사람들에게 늦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희망이란 이런 것이구나! 배움에 늦음이 없다는 것. 83세인 나도 했는데 너도 해봐! 이보다 더 귀한 교훈이 있을까? 


덕분에 감사함을 배웠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핑계도 못 대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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