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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Jun 09. 2024

드래곤 볼 덕후인 분만 들어오세요

우연히 발견한 노래 영상

오랜만에 한껏 덕질에 취한 새벽. 넘실넘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다니던 내 눈에 이상한 영상이 하나 들어왔다. 일본 출신 연예인 강남이 드래곤 GT의 오프닝을 불렀다고?


강남이 갑자기 왜 노래를.. 그것도 저 오래된 노래를 왜? 하는 생각에 들어가 보니, 강남이 원래는 가수였단다. 금시초문이다. 당연히 예능인인 줄 알았지.


신기한 마음에 영상을 틀었더니 아무것도 없는 배경을 뒤로 하고 가수와 마이크만 달랑 보이고 상단엔 야무지게 'Kangnam Voice' 라는 로고를 띄워놨다. 아무래도 킬링보이스의 패러디인 듯했다. 키득키득거리며 영상을 재생했다. 드래곤 볼 GT를 대표하는 오프닝곡 <Dan Dan 心魅かれてく>는 초등학생 때부터 사랑해마지 않은 노래다.


 영상이 시작하고 얼마 후에야 알았는데 의상이 피콜로 옷인 걸 보고 빵 터졌다. 거기다 아무 맥락없이 뜬금포로 계속 '마관광살포!' 하고 외쳐대는 게 웃겼다. 그 와중에 가수는 진짜 가수였던 게, 이 쉽지 않은 노래를 너무 잘하는 게 아닌가. 개그스러운 무드에 그렇지 않은 노래 실력이 더해져 재미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Dan Dan ~ 은 일본 밴드 Field of View의 곡이지만 가사는 ZARD의 것이다. 그녀 특유의 담담하지만 감성적인 가사와 경쾌하고 직관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져 선선한 감미로움을 자아냈다. 솔직히 나.. 이 노래 일본어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다. 옆에 앉은 남편에게 피해가 가거나 말거나 너무 신이 나서 열심히 따라불렀더니 또 코노가 간절해졌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강남이 다른 드래곤 볼 노래도 불렀네? 그게 GT보다 더 일찍 올라온 영상이었고 심지어 손오공 도복을 입고 찍은 거였다. 그 조악한 옷을 입고 강남이 드래곤 볼 애니메이션을 상징하는 노래, Z 시리즈의 오프닝 <Cha-la head-cha-la> 를 열창하고 있었다.


GT 시리즈의 OST가 앞의 Field of View나 ZARD, DEEN, WANDS 등 당시 일본에서 매우 잘 나가던 밴드들의 곡으로 채운 덕에 매우 고퀄리티이긴 하지만, 솔직히 드래곤 볼과 어울리는 곡들은 아니다. 반면 <Cha-la head-cha-la>는 소년(액션)만화 오프닝으로 찰떡인, 드래곤 볼의 이미지 자체다. 우리나라 비디오에서도 신나, 신나게, 라는 가사로 번안되어 나왔기 때문에 한국 팬들도 모르는 이 없다. 게다가 시원시원한 강남의 창법이 이런 활기 찬 노래에 안성맞춤이라 너무 신이 났다. 내가 들은 버전 중 최고의 커버였다.


아니 근데 피콜로 옷 입고 마관광살포 부르짖는 건 이해하는데 무천도사 도복 입고도 그 기술만 쓰면 어떡하나.. 피콜로 팬이라서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보다. 그냥 만화에서 제일 멋있어보이는 기술만 주구장창 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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