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 D Apr 15. 2023

여유로운 삶을 위해



     내가 꾸준히 갈망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여유’ 다. 성격이 급해서 조바심을 잘 느끼고 타이트하게 사는 편이라 느긋한 마음으로 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일 하면서는 당연했고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했다. 남는 시간을 잘 견디지 못했다.





    스물 두 살 때 친구랑 상하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친구랑 여행을 같이 갈 수가 없게 되었다. 여행을 혼자 하는 것도, 중국에 여행가는 것도 처음이었고 심지어 중국어는 하나도 할 줄 몰랐다. 환불불가 조건이라 안 갈 수는 없으니 어찌 되었든 혼자 상하이에서 2박 3일을 보내야 했다.


   상하이에 도착해서는 너무 무서워서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앞으로 다신 없을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방에 앉아있느니 한 곳이라도 갔다 돌아오자.


가고 싶었던 관광지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렘 반, 긴장 반. 난생처음 혼자 여행을 다녀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롯하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여행




    정해진 일정이나 계획을 꼭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게 좋았다.



위키백과



  여행의 둘째 날, 자연스럽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상하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이국적인 건물로 가득 찬 와이탄 거리에서 나는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와이탄 거리를 혼자 여러 번 걸어 다녔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와 같은 관광객, 상하이에서 일하는 여러 외국인, 상하이에 사는 중국인을 구경하기도 하고 강 건너편에 있는 동방명주를 비롯한 많은 건물들을 하염없이 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한 장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여유롭게 3시간이나 보내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꼭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을 꽉꽉 채워서 사용하지 않아도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구나. 여유롭고 느긋하게 있는 것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구나. 이 경험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 뒤로 시간적인 여유를 조금 더 느낄 수 있게 되었고 여유를 가지려고 조금씩 신경을 썼다.


시간적인 여유는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마음의 여유는 좀처럼 갖기가 어려웠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조급할 때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다그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엄격했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여유롭고 관대한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를 받았고 그러면서 나도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졌다.


진짜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나처럼 ‘여유’ 있기를 바라지 않는데.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을수록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속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있다. 예전보다 조금 더 느긋해졌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도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천천히 가도 괜찮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지금처럼 여유를 갖는 것에 마음을 쓰고 계속 생각하면 앞으로 점점 더 여유있는 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그렇게 되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