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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습관 Jun 13. 2023

[ 책 읽기 ]
당신의 머리를 믿지 마라?

- 눈으로 읽는 독서 vs 뇌로 쓰는 독서 -

뇌도 몸 일부분이다. 팔다리를 움직이듯 뇌도 의식적으로 컨트롤해야 한다. 뇌는 외부 감각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고 저장한다. 문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아닌지 뇌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어와 문장으로 시작해서 단락과 챕터 그리고 완독까지 뇌는 일단 할 일을 했다. 머리로 이해 못 할 글은 거의 없다. 물론 , 철학서, 시 등 여러 번 반복해야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엇이 남았는가? 사고력? 집중력? 통찰력? 물론 읽는 동안 뇌는 활동했고 보이지는 않지만 읽은 만큼 뉴런이 연결되고 강화되기는 했을 것이다.


돈과 시간을 소비했고 정신을 쏟았다. 읽을 때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때뿐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읽었다는 만족감과 시간을 가치 있게 활용했다는 자부심은 남는다. 또한 주요 단어 내지는 몇 문장 정도는 가끔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며칠만 지나도 딱히 기억에 남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 포함 유명 작가들조차도 기억에 남지 않는 문제를 자주 말한다.


이는 머리 때문에 속은 것이다. 읽을 때 머리는 이해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기억해 놓지는 않는다. 이해는 했지만 뇌 스스로 알아서 연결하고 확장하지는 않는다. 


글로 써야 한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을 때 뇌는 크게 자극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는 공부하는 것과 별반 차이 없을 뿐 아니라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때 비로소 뇌가 긴장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때 다각도로 생각을 해야 한다. 책의 문장을 약간만 비틀어도 뇌는 바빠진다. 그때 뉴런 간에 전기(화학물질)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며 새로운 연결을 더 강화하기 시작한다. 


우리 신체는 대부분 사용할수록 강화된다. 근육 강화가 그렇듯 뇌도 그렇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 표현한다.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 <다시, 책으로>에 보면 글자를 분석하고 문장을 이해하고 추상화하는 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뇌는 글자를 읽는 중추 신경이 없다고 한다. 책 읽는 뇌가 아니었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글자를 해독하고 책을 읽는 뇌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고 해석하고 저장하기 위해 뉴런과 시냅스로 새로운 연결을 구축한다고 한다. 


뇌를 최대한 괴롭(?) 혀야 한다. 읽은 것을 또 읽고, 쓴 것을 다시 봐야 한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습관이 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 반복하면 할수록 뇌는 이것이 생존에 필요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장기 기억으로 밀어 넣는다.


다시 말해서, 책의 내용을 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손 글씨로 쓸 때 뇌의 가소성이 제대로 발휘된다. 이에 다수의 책에서 말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첫째, 책 다시 읽기

읽기를 마친 후 바로 다시 읽는 것보다 적정 시간 즉, 2-3일 또는 일주일 정도 뒤에 다시 읽는 것이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다시 읽을 때 밑줄, 접어놓은 곳, 자신의 생각을 적어놓은 곳 위주로 읽어도 효과가 있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도 효과가 크다. 처음 읽을 때 같은 문장임에도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처음 읽을 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문장이 새롭게 자극을 주기도 한다. 


둘째, 녹서 노트 다시 읽기

독서 노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책에 밑줄, 마킹해 놓은 문장을 노트에 쓴다. 여기까지만 해도 나중에 주요 문장을 찾아보기에 편리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많이 흐르면 크게 효과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문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반드시 자신의 글로 표현(쓰기) 해야 한다. 저자와 동의하는 다른 표현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하는 의견이 나올 수 도 있다. 독서 기술 중 적극적인 독서에 해당된다. 사실, 이것이 독서하는 목적 중에 하나이고 이것이 남게 된다. 동의하는 글쓰기를 하게 되는 경우나 반대하는 글쓰기를 하게 되는 경우나 자연스럽게 도미노식으로 또 다른 책을 찾게 된다. 이것은 비교 독서, 신토피컬 독서로 이어지며 그때 비로소 사고력이 확장되고 자신만의 통찰력이 쌓이게 된다.


셋째, 온라인 메모장 다시 읽기

독서 노트를 쓰지 않고 온라인 메모장에만 옮겨 놓을 경우 노트보다 효과도 그렇고 자유도도 조금 떨어진다. 키보드 타이핑 대비 손글씨 효과에 대해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여러 실험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독서 노트는 아무 때나 여기저기 펼쳐 보기가 매우 편리하다. 수고스럽지만 이 독서 노트 내용을 PC와 스마트폰에 동시 저장되는 온라인 메모장에 한번 더 기록해 놓으면 유용하다. 이 또한 아무 때나 필요할 때 슬쩍슬쩍 볼 수도 있고, 검색 기능이 있기 때문에 찾아보기 장점도 있고, 웬만해선 잃어버릴 염려 없이 영원히 남겨질 수 있다.


그러나

위 3가지 과정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도 쉽지 않다. 독서 노트 또한 손으로 쓰는 것이 쉽지 않다. 이것을 다시 온라인 메모장에 으로 타이핑하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행위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다시 읽고, 손으로 쓰고, 온라인 메모장으로 옮겨 적을 필요는 없다. 이 과정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책이 있다. 그러한 책으로 시작해서 습관을 만들면 된다. 습관이 되면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손으로 쓰지 않으면 불안 증세(?)가 나온다. 습관은 무섭다.


좋은 점은?

독서 노트는 빽빽하게 적기보다는 글자 크기를 다르게 적거나 듬성듬성 여백을 두고 적으면 나중에 보기도 편하고 다른 생각이 떠오를 때 추가로 적어 넣기에도 좋다. 또한 다른 책과 비교되는 문장을 적어 놓기에도 좋다. 심지어 주제가 다른 책임에도 내용이 연결되기도 한다. 이렇게 기록했던 내용을 번거롭지만 온라인 메모장에 옮겨 놓으면 나중에 잠깐잠깐 시간 날 때 찾아보기도 좋고 거의 영원히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점은 기억에 제대로 남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조금씩 확장(?)됨을 경험하게 된다. 


어디에 무엇으로 쓸까?

노트와 펜은 개인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노트는 형식이 없는 자유 노트가 좋다.  A5, B6 크기의 저렴한 노트부터 시작해서 연필, 만년필 등 본인 취향에 따르면 된다. 처음부터 너무 고민하면 시간과 돈 낭비로 피곤해진다. 어차피 나중에 바뀌게 된다. 볼펜으로 시작해서 연필만 고집하다가 지금은 만년필을 사용한다. 만년필이 글 쓰는 맛, 중독성이 좀 있다. 저렴한 것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자신의 손 크기와 필체에 따라 고르면 된다. 그러나 만년필에 애초부터 접근 안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만년필은 잘 못 선택하면 돈이 많이 든다. 노트, 펜 등은 책과 자신이 쓴 글에 소중함이 느껴질 때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


눈, 손, 뇌

바보 뇌는 딱 자기 할 일만 한다. 뇌과학 도서에서 말하는 뇌의 효율성 때문에 딱 필요한 에너지만 사용한다. 반응은 잘하지만 뭔가 자극을 줘야 그때 비로소 좀 할 일을 한다. 눈으로 보며 생각하고 손으로 쓰며 생각할 때 그때 깊이 읽기가 조금씩 습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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