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훑어 읽기 / 깊이 읽기 / 분석 읽기 / 비교 읽기 /
"지나치게 빨리 읽거나 느리게 읽으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 파스칼 -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지 마라.'
'쓸데없이 천천히 읽지 말고 이해도 못할 만큼 빨리 읽지 마라.'
장르 별로 읽는 방법이 다르다. 숲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책의 뼈대를 파악한 후 어느 정도 깊이로 숙독할지 결정한다. 또한 숙독할 책과 아닌 책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다르게 읽는다. 그러나 실제 숙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프랑스의 에밀파게, 미국의 모티머 J. 애들러, 한국의 정약용, 일본의 히라노 게이치로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천히 읽기, 깊이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앞선 메거진에서도 매리언울프와 나오미 배런은 '깊이 읽기 vs 얕은 읽기'로 전자책의 얕은 읽기를 우려했다.
에밀파게는 천천히 읽는 것을 독서의 제1 원리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 장르별로 읽는 방법이 다를 뿐 모든 책은 슬로 리딩을 해야 한다고 한다. 모티머 J. 애들러는 독서의 4 수준으로 깊이 읽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 또한 정독, 질서, 초서의 방법으로 책을 완전히 분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 히라노 게이치로는 작가가 된 후로 슬로 리딩으로 바뀌었고 이해가 더 깊어졌다고 한다.
왜 천천히, 깊이 읽는가?
독서는 정신적인 성장을 의미한다.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이벤트에 대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철학, 역사, 문학 등 모든 책에 정답은 아닐지라도 힌트는 있다. 정신적인 성장은 물론이고 삶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에 대응하는 통찰력이 책 속에 있다. 때문에 깊이 읽기가 필요한 것이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라고 한다. 저자의 권위, 사상에 짓눌리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여 자신의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다. 때문에 깊이 읽고, 반복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재독 할 때 문장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 사상이 바뀌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그만큼 자신이 성장했다는 의미다. 이에 한 권, 한 저자의 책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비교하는 통합독서 즉, 신토피컬 독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대처 방법이나 해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같은 주제여도 저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독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 다양한 생각과의 교류로 자신의 생각을 넓혀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 깊이 읽기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시간 낭비?
모든 책을 첫 페이지부터 읽는 것은 시간 낭비다. 위 저자들은 이를 쓸데없는 독서라 한다. 장르별로 읽는 법이 다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쇼펜하우어가 고전 이외에 깊이 읽을 만한 책은 거의 없다고 역설했듯이 위 저자들도 깊이 읽을 만한 책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제대로 읽는 기술 못지않게 깊이 읽을 만한 책을 선별하는 독서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모티머 J. 애들러는 '독서 제2 수준'에 해당하는 점검독서(표면 읽기, 훑어 읽기)로 책을 먼저 조사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15분 ~ 60분 이내로 책의 뼈대와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철학서와 같이 난해한 책도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먼저 통독하여 전체 흐름을 파악한 후 재독하라 고 권장한다. 이러한 읽기는 내용 이해 목적이 아닌 어떤 책인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조사하는 읽기이며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깊이 읽을 책인지를 판별하는 읽기다.
그러나 '점검독서' 과정이 쉬운 과정이 아니라고 한다. 습관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여 반드시 마스터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중에 다독과 속독을 강조하는 책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책들은 '독서 제2 수준, 점검 독서'와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몇몇 책들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 방법을 익히면 다독과 속독도 가능해지고 깊이 읽을 책과 아닌 책을 구별하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소는 책을 파악하는 기술이 체득되어 기억력 물론이고 비교독서, 통합독서에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독서 기술이다.
살기 위해?
모티머 J. 애들러의 표현이 인상 깊다.
텔레비전, 라디오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의 오락이나 정보원 등이 밖으로부터의 자극에 반응하고 있으면, 자기의 정신이 활동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마약과 마찬가지여서, 마침내 효력을 읽고 인간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마는 것이다. 정신의 단련을 게을리하면 '정신 위축'이라는 대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정신의 사멸을 의미하는 무서운 병이다.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던 사람이 은퇴하면 급히 쇠퇴하는 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직 일에만 몰두하여 살아왔으나 그것은 바깥쪽에서부터 인위적으로 떠받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떠받침이 없어지자 자기 속에 정신적인 성장이 없는 사람은 사고하기를 완전히 그만두고 마침내 죽음이 시작된다. 내면에 정신적인 숙고의 과정이 없으면,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의 성장은 그치고 만다. 그때 우리의 죽음이 시작되는 것이다.
읽기 전에 생각하고
읽으면서 생각하고
읽고 나서 생각한다.
그리고
글로 표현한다.
5월 연휴 마지막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