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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씩씩 Dec 14. 2023

‘활활발발’하게, 신나는 하루!

  시간 강사에게 수업이 없는 날은 수입이 없는 서글픈 날인데도, 이따금 찾아오는 휴강이 선물처럼 반갑다. 이번주는 아이들 기말고사와 맞물려 수업 몇 개가 휴강이라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주간이다. (신난다!)


  화요일은 학기 초부터 휴강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일찌감치 건강검진을 예약해 두었다. 건강검진이 끝나고, 쉬는 날 대전까지 갔는데 그냥 들어오기가 아쉬워 들른 ‘오케이 슬로울리’. 오케이 슬로울리는 내 친구들이 좋아하는 곳이라 나에게도 호감이었던 곳인데, 이번 방문을 통해 단순한 호감이 극호가 되었다.


  가방에 책을 한 권 가지고 있었음에도, 동네 책방에 가면 책을 한 권 사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서점을 둘러보던 중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이슬아 작가의 글에 등장하던 ‘어딘 글방’, 대체 어딘은 누구이며 어딘 글방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버젓이 책으로 출간되어 있었다니! 오케이 슬로울리 책방 지기님의 북 큐레이션 덕분에 궁금증 해결! 책을 골라 들고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심지어 재밌기까지! 이런 게 바로 독립 서점의 묘미이지! 바로 결제를 마치고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 <활활발발>은 <부지런한 사랑>의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다. 김현아(어딘) 작가가 이슬아 작가의 글 선생님인 것처럼, 책도 그랬다. <부지런한 사랑>에는 ‘이슬아 글방‘에 글 쓰러 온 어린이들의 맑은 기운과 이슬아 선생님의 젊은 패기가 느껴졌다면, <활활발발>에는 ’어딘 글방‘에 온 20대들의 활기 넘치는 글에 대한 발랄한 합평, 어딘 선생님의 코멘트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연륜이 느껴졌다. 두 책 모두 다른 감각으로 소중했다. 아끼던 책의 스승님을 발견한 기분, 오케이 슬로울리에서 만난 행복이었다.


  내가 ‘오케이 슬로울리’에 방문했던 날 저녁에 공간에서 북토크가 있어 평소 사용하던 큰 테이블을 빼고, 작은 캠핑 테이블과 캠핑 의자를 두셨는데 그곳에 앉는 게 괜찮은지 불편하지는 않을지 마음 써주시는 사장님의 배려가 감사했다. 나는 캠핑 노노 절대 싫어인 사람이라 처음으로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봤는데, 뜻밖의 안락함에 놀라 집에 캠핑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볼까 싶은 마음까지 들었(지만 잘 참았)다. 안락함에 몸을 기대 책을 읽는 짧은 시간, 따뜻한 배려가 녹아 있는 공간의 온기가 참 좋았다. 심지어 음악까지 완벽했다. 이 정도로 좋다면, 대전에 오는 길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기꺼이 달려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오케이 슬로울리’에 가야겠다고 했더니, 이곳을 (그리고 나를) 무척 사랑하는 그녀가 달려와 주었다. 읽던 책을 덮고 맛있는 수다를 나누었다. 신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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