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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탑방이주민 Mar 06. 2023

한국어 교사에게 K-pop이란

저는 파리 한국어 교사입니다_교육

    "이건 누구예요?"

    "에이티즈예요."


    책상 위에 놓여있는 학생들의 휴대폰 뒤에는 다양한 케이팝 아이돌들의 사진이 들어있다. 교실 한 바퀴만 뺑 돌아도 ‘인기가요’ 한 회를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더 이상 따라잡기 힘든 케이팝의 흐름을 학생들을 통해 익혀간다. 월요일 수업은 항상 ‘주말에 뭐 했어요?’라는 질문으로 휴일 동안 잠든 한국어를 깨우며 시작하는데, 이 때도 케이팝 아이돌을 배우는 시간이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신기한 것은 파리에서 이들의 콘서트가 열리고 또 우리 학생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공연들을 보러 간다는 것이다.

    수업을 준비할 때 학습해야 하는 표현이 들어간 노래를 몇 곡 찾아 놓는다. 그래서 수업 때 시간이 애매하게 남으면 틀어주곤 하는데, 이 때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곡이 있다면 골라 가는 편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외국어 수업에서 그 언어를 매개로 생산되는 문화가 유명해지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케이팝과 한류는 한국의 전부가 아니기에 한쪽으로 치우친 수업 주제나 방향성은 지양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 문화가 한국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데에 가장 큰 이유와 동기인 학생들도 있지만 그 외에 남북한 이슈, 동아시아 역사 등 한국 역사나 사회처럼 이와 거리가 있는 흥미로 한국학을 찾아오게 된 학생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목표 문법은 ‘-(으)ㄹ 거예요’. 주말 계획을 묻고 답하는 활동에서 맨 앞에 앉아 있던 이녜스는 ‘이번 주말에 더로즈 콘서트를 보러 갈 거예요.’라는 멋진 문장을 만들어냈다. 이녜스, 그런데 그게 누구야? 학생들은 한국 사람이 맞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본다. 선생님 그러면 스트레이 키즈 알아요? NCT 알아요? 드... 들어 봤어. 그 때 저 뒤에서 익숙한 단어가 귀를 사로잡았다. "선생님, 저는 2PM을 좋아해요!" ‘좋아하다’와 ‘좋다’를 올바르게 사용하다니! 게다가 2PM도 알다니! 나의 동그래진 눈을 본 학생들은 지오디와 핑클을 거쳐 듀스와 서태지까지 익숙한 가수들의 이름을 들려준다. 교실이 한 순간에 시끌벅적해진다. 나 또한 주체할 수 없는 반가움에 수업을 중단할 뻔했다.


    "다음에 또 케이팝 가수에 대해 이야기할 거예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반가움의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했던, 학창시절에 향유한 한국의 대중 문화가 언어도 문화도, 또 세대도 다른 프랑스 대학 한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도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미국 친구들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내게 당연한 문화들이 전세계에서 소비되고 어딜 가나 나의 문화를 알고 있는 것. 또, 무언가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을 접착시키는 힘이 있어서인지 이 수업 이후 학생들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수업도 훨씬 수월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 같다. 수업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고 교사와 학생 간 유대감은 수업에 녹아들기 마련이니까.

    반가움은 학생들의 한국학에 대한 흥미나 동기, 재미 등을 감히 예상하면 안 된다는 당연한 깨달음으로도 이어졌다. 이것은 결국 학습자의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언어 교사가 알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평가를 통한 언어 습득력이고, 그 외의 영역은 이후 학생들의 내재적인 요소와 더해져 어떤 선택과 과정 그리고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상조차도 내 경험의 틀을 넘어갈 순 없겠지만 말이다.

    다음 주는 간접화법, ‘-다/냐/자/라고 하다’를 공부한다. 최신곡들을 찾으려다 베이비복스의 ‘야야야’ 한 구절이 생각났다. 그래, 이번주는 베이비 복스로 간다!


    "자, 이 노래에서 어디에 간접화법이 쓰였어요? "

    "사랑한다고, 하나뿐이라고, 예쁘게 말해준다면 야야야"

    "(엄지 척) 수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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