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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 Jul 19. 2024

반성문

2023년의 여름에

비트 코인의 객단가가 1억을 바라보던 때, 가르시아라는 친구가 저에게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내밀었습니다.

 "이 책 읽어봐. 너라면 그래프를 예측할 수 있을 거야."

 파동이론이라.. 솔깃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제 피둥피둥한 뱃살이 파동을 치고 있을까요?

 스타트업에서 엑시트하고 어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해 봤다는 경험을 내세워 게으름을 정당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남들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할 시간에 아침을 대입하고, 고요함을 즐긴다는 핑계로 새벽까지 눈을 감지 않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정말 아무런 걱정도 없이,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쉬고 있으니까요. 물론 이제 곧 다시 나아갈 시간이 찾아오겠지만요.

 어제 봤던 영화가 문제였을까요? 설렘과 팝콘을 끌어안고 영화관에 들어섰습니다. 자리에 앉고 나니 하필 비만하나만 성형외과의 광고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더군요. 그 짙은 노란색을 띠는 지방이를 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오... 나잖아?"

 당연하게도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운동은 꾸준히 하더라도, 식단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꽤나 오래됐으니까요. 살이 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위기의식을 갖기엔 자극적인 음식들이 파동이론보다 솔깃했습니다. 기름진 음식이 느끼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느끼함이 과해 지기 전까지는 생각 없이 먹듯, '자극적임'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이제는 그 느끼함을 달래줄 탄산음료가 필요한 듯합니다.

 앞서 말했듯, 늦은 시간에 잠에서 깨면 한동안은 정신을 차리기 어렵습니다. 커튼으로 햇빛을 부정하고, 침대를 포기하지 않기에 다시 잠들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점심때가 돼서야 자세를 고쳐 앉고, 영화를 틀거나, 책을 펼칩니다. 몽롱한 정신은 카페인으로도 씻어낼 수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늦은 오후가 되면 헬스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땀을 한없이 쏟아내고 집에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하면, 그제야 맑은 정신이 돌아옵니다. 너무 늦었지만, 저녁이야말로 비로소 제 안의 생산성이 깨어나는 시간입니다.

 가장 문제인 것은, 이 게으름을 정당화하고 있는 제 뇌입니다. 무시무시한 친구죠. '쉬어도 되는 시기다, 게을러도 되는 시간이다.'라고 되뇌면서 말이죠. 물론 쉬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기본은 하면서 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역한 이후에도 쉬면서 살았습니다. 복학 전이니까요. 그때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조깅을 하는 습관을 꾸준히 가져갔기에, 그 휴식기엔 게으름이라는 느끼함은 없었습니다.

 서울대입구역 8번 출구로 나가는 계단에는 포스터 한 장의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포스터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습관은 성격이 되어 결국 운명이 된다."

영국 소설가 찰스 리드의 말이고, 영화 <철의 여인>의 명대사로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전의 휴식기에는 좋은 습관들로 좋은 성격을 만들어 갔었던 것 같습니다. 그 좋은 성격은 좋은 인연들을 끌어당겼고, 좋은 운명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다만, 지금의 습관들은 나쁜 운명을 불러올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좋은 생각부터 좋은 습관으로, 좋은 운명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생산성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맑은 정신을, 맑은 정신을 위해 냉수 샤워를, 냉수 샤워를 위해 조깅을, 조깅을 위해 아침 식사를, 아침 식사를 위해 이른 취침을, 이른 취침을 위해 생산성 있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제 탄산음료를 응원해 주세요. 저도 당신의 좋은 운명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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