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기(2)

린쿠공원에 앉아 밤바다를 보며 쓰다.

by ideal

아카네는 6년 전 나의 여행을 빛내준 친구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 젊음과 환락이 요동치는 도톤보리. 서툰 한국어와 번역기에 의존하는 일본어가 오고 갔다. 그 시절의 낭만은 우리를 새벽의 끝자락까지 이끌었다.


오사카성에서 걸어 나와 지하철을 찾았다. 신사이바시의 호텔로 돌아가는 노선은 “중앙선”이었다.

초록색 “C”는 중앙선을 뜻한다.

”중앙“이라는 단어는 귀여운 발음을 가졌다. 한국어의 중앙, 중국어의 쪼옹양, 일본어의 츄오.

점심에 방문했던 라멘집

호텔로 향하던 길에 눈에 밟혔다. 사진을 남기지 않은 것이 아쉬워 카메라에 담았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구글맵을 켰다. 약속 장소인 덴노지를 검색하니 지하철로는 40분, 택시로는 11분 거리였다. 마침 일본의 택시를 타고 싶었던 터라, 고민 없이 올라탔다. 일본의 택시 요금은 어마어마했다. 이동시간 15분에 2,500엔이 증발했다.


덴노지역은 굉장히 컸다. 일본 사람도 출구를 헷갈릴 정도였다. 출구에서 걸어 나온 아카네는 입을 살짝 가리며 밝게 웃었다. 정말 상큼한 미소였다. 똑 자른 단발머리 빼곤 그대로였다. 6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반가웠다. 참으로 신기한 마음에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려운 골목을 헤맨 끝에 발견한 이자카야. 현지 직장인으로 가득했다. 메뉴판에 외국어는 없었고, 티비에서는 일본 뉴스가 흘러나왔다. 딱 내가 바라던 분위기인 곳이다.

야끼토리와 솥밥, 그리고 사라진 방어 사시미.

아카네는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어가 늘었다. 비록 참돔이나 항정살 같이 난이도 높은 단어를 생각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지만, 일본어에 무지한 나에겐 감사함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선택지에 메뉴 선정은 어려웠지만, 우리는 주문한 메뉴를 입에 넣는 순간 미간은 주름이 지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테라스 하우스에 출연한 ‘아만’의 추임새를 따라 했다. “우마-!”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소주.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6년 동안 밀린 대화. 아카네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온 흔적이 아른거렸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그녀의 손이 거칠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끊이지 않는 대화와 비슷한 유머코드 덕분에 우리는 어느새 목표와 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덴노지 공원

이자카야에서 나와 조금을 걸었다. 돈키호테를 지나 덴노지 공원 벤치에 앉았다. 저렴하지만 의미 깊은 맥주와 함께. 공원 벤치에 앉아 달을 안주 삼아 마신 탓인지, 여행자의 설렘으로 이 모든 것을 품은 탓인지, 취기가 올라왔다.

조금은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갔다. 한때 낭만에 젖어 젊음을 누리던 두 영혼이 현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현생에 치여 조금은 지쳐 보이는 아카네였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현생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6년 전의 풋풋함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아카네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카네에게는 이곳이 현실이고 전쟁터였다. 그 사실이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막차를 타기 위해 덴노지역으로 향했다. 다음 날은 친구의 휴무일이었기에, 내일을 약속하며 인사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나는 편의점에서 맥주보다 조금 독한 술을 샀다.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 홀짝이며 취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 째날은 저물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