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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선 Oct 25. 2024

나선

나 의 선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된다고 하는데 내가 찍은 점들은 선으로 이어도 곧지를 못하다. 그러니 어딘가로 계속 나아가도 좀처럼 효율이 없고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 우스운 건 와중에 본질에 대해서는 늘 심지 굳게 열망한다는 것.

 곳곳에 퍼진 점들 때문에, 누군가에게 내 삶의 방향을 설명해야 할 때마다 머리가 뿌옇게 흐려진다.



 뾰족한 수,

 명료한 맘.



 그게 어렵다 난.



 최근 매일 한 장씩 쓰고 매일 뜯어 파기해 버릴 각오로 메모지를 사 왔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가장 솔직한 일기장 - 그곳엔 온활하게 수루룩 써 내려가던 글인데, 또 누군가에게 보일 글을 쓰려니 하나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한참을 멈췄다.

 오늘에서야 다시 펜을 집어도 도무지 쓸 바를 모르겠어서 '이 어지러움이라도 그대로 그려보자' 하고 점들을 흩뿌려 찍었다가 가만히 이어보니 그려진 것이 달팽이 집 모양인 것이다.


  

 그리며 알았다. 직선으로 그어지지 않아 어느 방향인지 말할 수 없던 나의 흩뿌려진 점들을, 어느 날 차근히 잇는다면 이런 나선의 모양이 되겠다고.

 한참을 가도 자꾸만 다시 돌아온 듯, 방향도 대책도 없어 보였던 나의 길은 어쩌면 밀도 높은 중심-나-을 향해 가는 나선의 모양이어서, 아주 나다운 원을 이룰 거라고. 이름을 나선이라 정했다. 내내 얹혔던 마음이 쉰다.




ㄴ ㅏ ㅌ
ㅈ ㅏ ㅇ
풀 매 기
낱장들의 순서를 다시 엮어 풀매기하듯
뒤죽박죽 흩뿌려진 점들이, 꼭 순서대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결국.


이곳저곳 퍼진 제각각의 점들 그리고 그것을 기록할 페이지들, 그 모든 장 안에 늘 변하지 않는 고유한 내가 있을 테니. 언젠가 차근히 선으로 이어갈 날들을 위해 - 그것만 잃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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