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떤 걸까?”
꽤 오래 만난 연인과 완전히 이별하고 나서도 그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했더랬습니다.
별거 아닌 “버스탈 땐, 운전자 뒷자리 쪽이 더 안전하니까 꼭 그쪽에 타” 한 마디가 아직도 뒷자리쯤에 앉아야 마음이 편한 나를 만들고,
마스크를 코까지 꼭 올려주던 사소한 행동이 반복되어서 코까지 마스크를 꾹꾹 눌러쓰는 나를 만들고.
어떻게 보면 몇 년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에 비해 ‘고작’인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에게 영향을 미친것들은 얼마나 많으며 얼마나 깊고 얕은것들에 의한 것인지.
“왜 이런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게 되었는가?”
내 이야기를 적기엔 나는 딱히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에 띄게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찾아보자면-
어려서부터 감정을 기록하는 법을 알았던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어렸을 때는 동시를 쓰곤 했습니다. 짧은 단어로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에서 좀 더 컸을 땐 문장을 이어 붙여 꽤나 그럴듯한 글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솔직하고 날 것의 감정들을 주로 써 내려갔기 때문에 작가도 독자도 단 한 명이였습니다.
보는 사람 없는 글을 자주, 많이 기록했던 이유는
감정을 글자에 담아 길게 늘어뜨리면, 눈으로 마음이 보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진 그런 기분.
후련하고 홀가분한 기분.
감정은 우리에게 분명한 영향력이 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죠.
감정의 기록은 영향력의 기록이면서 인생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기록해 온 감정의 일기장에서
영향을 받았고 받고 있는 것들을 찾아서
그것들에 대해 글로 써내려 가다 보면
<나>만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나는, 너는, 우리는 좋아하고 싫어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니까요.